[파리 빛낼 태극전사] 혜성처럼 등장한 파란의 유망주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 준비"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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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박태준
강철 체력과 변칙 플레이 장점
"롤모델 이대훈 코치 한 풀겠다"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58kg급에 출전하는 박태준이 지난 25일 대한체육회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58kg급에 출전하는 박태준이 지난 25일 대한체육회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권도 남자 58kg급 국가대표 박태준(경희대)이 세상에 이름을 알린 건 오래되지 않았다. 한성고에 재학 중이던 2022년 국제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세계태권도연맹(WT)은 유망주들의 국제 대회 출전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월드 그랑프리 챌린지를 신설했는데, 박태준은 해당 대회 남자 58kg급 초대 우승을 차지한 뒤 무섭게 성장했다.

2022년 10월 WT 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에서 2020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를 꺾었고, 준결승에서는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비토 델라킬라(이탈리아)를 라운드 점수 2-0으로 완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박태준은 승승장구했다. 2023년 6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비올림픽 체급인 남자 54㎏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차지하며 대회 남자부 MVP로 뽑히기도 했다.

박태준은 지난 2월에 열린 파리 올림픽 국내 선발전에서 WT 올림픽 랭킹 3위이자 한국 태권도의 에이스로 꼽히는 장준(한국가스공사)마저 격파했다. 해당 경기 전까지 장준과 통산 6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그는 장준의 허를 찌르는 승부수를 던졌다. 오른발잡이인 박태준은 평소 왼발을 앞에 위치하고 경기를 치렀는데, 선발전에선 오른발을 앞에 뒀다. 일종의 모험을 택한 것인데, 전략이 적중하면서 2-1로 승리해 생애 첫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큰 벽을 넘은 박태준은 한국 태권도의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한국 태권도는 올림픽 남자 최경량급인 58㎏급과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선 이대훈이 은메달,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김태훈이 동메달을 획득했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우승 후보 장준이 동메달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고교 선배이자 태권도 레전드인 이대훈을 롤모델로 삼는 박태준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은퇴한 이대훈 코치님의 한을 풀겠다"고 다짐했다.

박태준은 체력이 좋은 선수다. 경기 전반부에 대량 실점하지 않는다면 특기를 살려 경기를 주도할 수 있다. 그는 경기 후반부에 몰아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최근 미국 스포츠전문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파리 올림픽 모든 종목 메달리스트를 예상하면서 한국 태권도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 2개를 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남자 80kg급 서건우(한국체대)와 여자 67kg초과급 이다빈(서울시청)만 동메달을 획득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박태준은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박태준은 "난 남들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그동안 잘 준비한 만큼, 꼭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칙 플레이에 능한 박태준은 비장의 무기도 준비했다. 그는 "그동안 경쟁 선수들을 잘 분석했다"라며 "공개할 순 없지만 상대 선수가 당황할 수 있는 다양한 작전을 짰다"고 말했다. 박태준은 태권도 국가대표 4명 중 가장 먼저 경기를 치른다. 남자 58kg급은 태권도 종목 첫날인 현지시간 7일에 열린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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