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소리의 평등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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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공연장에는 관람이나 소리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그래서 흔히 대극장 공연은 ‘객석의 위치가 만족도를 좌우한다’라고 말한다. 공연 장르별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공연장마다 대체로 명당자리가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데 이 통념을 무너뜨린 게 바로 빈야드(Vineyard) 형태의 콘서트홀이다.

빈야드 콘서트홀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직사각형 모양의 슈박스(shoebox)나 부채꼴 형태의 공연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무대 주변을 객석이 빙 둘러싸고 있어 종종 포도밭에 비유되곤 한다. 역동적인 공간감과 다양한 각도로 배치된 객석은 신선하고, 시각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빈야드 홀이 슈박스나 부채꼴 형태 홀과 크게 다른 점은 무대와 관객 사이의 거리와 위치다. 빈야드 홀은 객석과 무대의 거리를 최소화해 연주자와 관객이 음악적 경험과 감동을 더 가깝게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시선의 각도도 상하좌우로 다양하다. 반면 슈박스나 부채꼴 형태의 공연장은 관객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고정돼 있다. 이 때문에 연주 내내 관객이 지휘자의 뒷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빈야드 콘서트홀의 또 다른 특징은 모든 객석이 평등하다는 점이다. 관객이 어떤 위치에서 연주를 들어도 소리의 밀도를 고르게 전달받는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음향에 대한 관객의 평가와 선호는 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빈야드 홀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어느 자리에 앉아 있든 평등한 음향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소위 소리와 관람의 사각지대가 거의 없는 것이다.

빈야드 홀은 현대 공연장의 주요 흐름이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홀을 비롯해 일본 산토리홀, 미국 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중국 상하이 심포니홀, 프랑스 필하모니 드 파리 등 세계 유수의 콘서트홀이 빈야드 스타일로 설계됐다. 건축적인 아름다움도 살리고 관객으로선 시야 방해석이 없어 근래 지어지는 콘서트홀은 이 스타일이 많다. 국내에는 2016년 8월 개관한 서울 롯데콘서트홀이 대표적이다.

빈야드 스타일을 도입해 부산시민공원에 조성 중인 부산콘서트홀이 8월 중 공사를 마무리 짓는다. 부산시는 이후 본격적으로 개관 준비 작업을 거쳐 내년 5~6월께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흔히 공연장을 또 하나의 거대한 악기라고 말한다. 이 거대한 악기가 소리의 평등을 바탕으로 부산 시민과 음악으로 소통할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소리의 평등이 만들어 내는 문화의 힘. 그 힘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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