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주고 끌어 주고… 나이·경력 뛰어넘은 부산 기업인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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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드림·토즈·모두싸인 등
기술력 탑재한 지역 스타트업
중견 업체 투자로 판로 개척
부산상의, 동반성장 가교 역할

2022년 10월 웨스틴조선부산에서 열린 차세대 기업인과 스타트업이 함께하는 '이노베이션 밋업 페스티벌 99도'에서 (주)팜코브 양정환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제공 2022년 10월 웨스틴조선부산에서 열린 차세대 기업인과 스타트업이 함께하는 '이노베이션 밋업 페스티벌 99도'에서 (주)팜코브 양정환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제공

청년 인구 급감으로 지역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부산 기업들의 협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 성장 잠재력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지역 중견·중소기업의 투자와 협업 등을 토대로 지역 상공계 일원으로 성장한 것이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스타트업과 지역 상공계 가교 역할에 나서면서 산업 생태계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장애인 특화 재택근무 시스템을 개발, 장애인 고용을 돕는 부산 스타트업 ‘브이드림’은 지역 중견기업의 지원으로 위기를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창업 초기 동남권 ICT 부품 개발 기업 ‘이엠텍’으로부터 기업의 성장 가능성만 보고 투자하는 엔젤 투자를 받으면서 자금난 압박에 벗어날 수 있었다.

2023년부터는 부산상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기업인들과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브이드림 김민지 대표는 “이엠텍 정승규 대표로부터 2억 원의 엔젤 투자를 받은 덕분에 자금난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며 “부산상의 회원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준 덕분에 브이드림 서비스 가입률이 전년도보다 3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부산 조선해운 디지털 솔루션 스타트업 ‘토즈’는 지난해 부산 선박용 친환경설비 전문 제조 기업 ‘파나시아’와 업무협약을 맺고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해상 위성 통신을 활용해 선박데이터를 수신, 실시간 원격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토즈는 파나시아와의 협력으로 다양한 실증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토즈 서광훈 대표는 “올해만 선박 25척에 솔루션을 제공했는데, 이중 19척이 파나시아와 협약으로 달성한 성과”라며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Pre-A 투자 협의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파나시아 이민걸 대표는 “토즈와 협력으로 관련 서비스 개발 비용을 아낄 수 있었으며, 한층 더 안정적인 설비 운용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부산에 본사를 둔 국내 1위 전자계약 전문기업 ‘모두싸인’은 지역 기업과 적극적인 협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벡스코와 같은 지역 공공기업과의 협약은 모두싸인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올리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 모두싸인은 이에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과의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2021년 단기 아르바이트 중개 플랫폼 급구를 운영하는 ‘니더’와의 협약이 대표 사례다. 모두싸인 이영준 대표는 “전자계약을 도입한 니더의 경우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되면서 폭발적인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며 “부산의 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과 협력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상의 역시 지역 기업들과 부산 스타트업의 교류 기회를 확대하는 데 적극 앞장서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 플랫폼 역할을 하는 ‘스타트업데이 99도’를 비롯해 차세대기업인클럽(NENC) 협업 네트워킹 행사 등을 통해 창업가 정신과 경영 철학을 공유하고 동반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함께 2021년부터 조찬 경제포럼에 ‘이달의 스타트업’을 열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동남권협의회 소속사를 초청, 선후배 기업인들 간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3년간에 걸친 꾸준한 소통을 통해 코스포 동남권협의회는 제 25대 부산상의 특별 의원 선거에서 최다 득표를 얻으면서 지역 상공계의 관심과 지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부산상의는 코스포가 주관하는 스타트업 행사 ‘부산 슬러시드’에 2년째 행사 후원을 맡으면서 지원군 역할도 하고 있다.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은 지난달 열린 ‘부산 슬러시드 2024’에서 한상우 코스포 의장과 대담을 가지고 30여 년간 은산해운항공을 일군 경험을 토대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경영 철학을 공유하는 한편 청년 창업가들의 창업을 독려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의 멘토를 자청,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선배’ 역할을 해내는 부산상의 의원들도 상당수다. ‘동아플레이팅’ 이오선 대표는 부산 커피머신 제조업체 ‘피티지컴퍼니’ 박태권 대표와 교류하면서 스마트 공장 전환과 운영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있다. 지역 중견 건설사 ‘경성리츠’를 운영하며 부산상의 의원활동을 하고 있는 채창일 대표는 지난달 부산 슬러시드 행사에서 강연을 통해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과 소통했다.

코스포 동남권성장센터 강석호 센터장은 “부산상의와 지역 선배 기업들이 밀어주고, 스타트업들간 협업이 잘되니 다른 지역에서 많이 부러워한다”며 “슬러시드 개최, 글로벌 창업 허브 유치 등 지역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만큼 지역 기업과 스타트업이 더욱 협력한다면 인구소멸, 인재유출 등 부산이 극복해야 할 문제의 해답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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