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수준 못 따라가는 문화 인식 안타까워”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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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유산의 미학’ 주제
유홍준, 부산 교사 대상 강연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31일 부산일보사 대강당에서 ‘우리 문화유산의 미학’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31일 부산일보사 대강당에서 ‘우리 문화유산의 미학’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복천동 고분은 정말로 멋있다. 그래서 나는 부산사람을 만나면 복천동 고분에 가 봤느냐고 묻는다. 그걸 가지고 그 사람의 문화적 소양을 판단한다.” 지난달 31일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부산 지역 교사들 300여 명을 대상으로 열린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강연에는 간간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창비교육이 주최한 이날 강연의 주제는 ‘우리 문화유산의 미학-부산을 중심으로’였다.

유 교수하면 먼저 떠오르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1990년대에 시작한 이 시리즈는 국내 편으로는 2022년 12권까지 나왔다. 국외 편으로 중국, 일본, 북한까지 별도로 다뤘다. 정작 놀라운 사실은 그동안 부산은 아예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는 아직 다루지 않은 유적지 중 답사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을 하나씩 찾아가 답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연말에 이름을 바꿔 나온 새로운 시리즈가 <국토박물관 순례1, 2>이다. 이 책은 우리 역사를 시대 순으로 살펴보며 각 시대를 대표하는 지역과 문화유산을 만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날 강연도 새로운 시리즈에 들어 있는 내용을 소개하는 데 비중을 뒀다. <국토박물관 순례 1>은 맨 앞에서 구석기시대 유적인 연천 전곡리를 다룬 뒤, 두 번째 장에 ‘신석기시대 부산 영도’가 등장한다. 유 교수는 역사적 가치가 돋보이는 부산 영도의 패총 유적을 직접 둘러보며 한반도의 신석기시대를 말한다. 신석기인들의 식생활과 주거 환경을 보여주는 조개더미에서 빗살무늬토기, 덧띠무늬토기, 조개 가면 등이 출토되었다. 영도의 유래와 내력뿐 아니라 부산의 대표적인 유적지와 박물관도 소개하니 늦긴 했지만 무척 반갑다.

유 교수는 “부산 동래에 복천동 고분이 존재하기에 금관가야가 지역에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토박물관 순례 2>는 백제와 신라에 중점을 두고 가야사는 맨 뒷장에서 창녕 비화가야만 다루고 있다. 그는 “3권에 금관가야와 대가야를 다루면 가야가 왜 국가가 되지 못했는지, 가야 문화의 한계에 관해서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유 교수는 끝으로 K팝의 예를 들며 “서구 문화에서 좋은 것을 받아들이고 우리 문화를 섞어서 오늘날 세계에 한국 문화가 뻗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식은 그걸 따라가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가 가르치는 역사의 뼈대는 한반도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사인데, 세상에 역사를 그렇게 가르치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문화 수입국이 아니고 공급국이다. 세계사 속에서 우리를 인식하고, 우리 문화유산을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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