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대미 장식할 불혹의 춤꾼 "26년 경력, 노련한 연기로 메달 노려" [파리 빛낼 태극전사]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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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빛낼 태극전사] 브레이킹 - 김홍열
이번 대회 최초 정식종목 채택
파워·스타일무브 밸런스형 선수

2024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출전권을 따낸 비보이 김홍열이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출전권을 따낸 비보이 김홍열이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혹을 앞둔 전설의 도전은 계속된다. 비보이 '레전드' 김홍열(Hongten·도봉구청)은 한국 브레이킹 선수 중 유일하게 2024 파리 올림픽에 나선다.

중학교 2학년 때 반 친구가 선보인 간단한 동작을 따라 하다가 브레이킹의 길을 걷게 된 김홍열은 세계 최고 권위 대회인 레드불 비씨원 파이널에서 2006년, 2013년, 2023년까지 세 차례 우승한 명실상부한 레전드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도 따냈다.

브레이킹은 이번 파리 대회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최종 예선 대회인 올림픽 퀄리파이어 시리즈(OQS) 1차 대회에서 4위에 올랐던 김홍열은 2차 대회에서는 순위를 한 단계 더 끌어 올려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최종 2위로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컬처 영역에서 이미 이룰 걸 다 이룬 김홍열에게 스포츠 영역의 올림픽은 '도전' 그 자체다. 한국은 물론, 자신을 바라보는 전 세계의 비보이, 비걸에게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이젠 각종 대회에 나가면 자기 나이의 절반에 불과한 상대 비보이와 배틀을 펼치는 만큼, 시간의 풍파를 완전히 거스를 수는 없다.

김홍열은 즐기는 마음으로 올림픽에 임해 메달이라는 좋은 결과까지 얻겠다는 각오다. 젊은 선수들보다 체력은 떨어질 수 있지만, 김홍열은 완숙함을 무기로 점점 농익은 브레이킹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실제 김홍열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고 불과 2주 뒤 참가한 레드불 비씨원에서 10년 만에 다시 챔피언 벨트를 품에 안았다.

김홍열은 "26년가량 춤을 추면서 '우승은 이제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점점 발전하는 게 느껴졌다"며 "(올림픽 예선전에서는 3위를 했으니) 올림픽 본선에서는 좀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홍열은 파워무브(고난도 기술)와 스타일무브(음악의 분위기와 흐름에 어울리는 무브)를 적절히 섞는 노련함과 밸런스로 심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브레이킹이 스포츠의 영역에 발을 들인 이래, 눈길을 사로잡는 고난도 기술로 승부를 보는 파워무브형 비보이가 이전보다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김홍열은 음악의 흐름과 분위기, 박자와 마치 한 몸이 된 듯한 무브 속에 파워무브를 적절히 녹인다.


김홍열이 나서는 브레이킹 종목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10일인 파리 올림픽 최후반부에 열려 대미를 장식한다. 16강 라운드로빈부터 8강, 준결승, 결승 토너먼트까지 모두 하루에 열린다. 김홍열이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이날 하루 동안 총 7경기를 치러야 한다.

불혹의 김홍열은 21라운드를 무리 없이 소화하기 위한 체력 강화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정형식 브레이킹 국가대표팀 감독도 "김홍열의 훈련량은 다른 선수들의 2배 이상"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도가 높다.

김홍열은 "성실한 선수, 모범이 되는 선수로 남고 싶다.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댄서라는 이름으로도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진실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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