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대한민국에 농심(農心)을 고(告)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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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호 농협중앙회 부산본부장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에 접어들면서 논에는 벼가 무르익어가고 있지만 이를 보는 농업인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우리민족의 주식(主食)이요 농업의 상징으로 귀하게 대접받던 쌀의 가치가 예전만 못한 까닭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아침진지 드셨습니까?’라고 안부를 묻곤 했었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kg로 30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들어 성인 기준 하루 평균 한 공기 반 정도인 154.6g을 소비한다고 한다. 정부에서 생산량을 조절하고는 있지만 소비감소 폭이 압도적으로 높아 소비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가운데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대책 중 ‘아침밥 먹기 운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34%에 달하며 주된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라거나 다이어트 등 ‘건강상의 이유’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아침 식사를 거르면 두뇌 활동이 저하되고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오히려 체지방이 축적되고 일의 능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득보다 실이 큰 것이다.

아침 식사를 하더라도 밥이 아닌 식단인 경우도 많다. 이는 쌀에 대한 인식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최근 다이어트 열풍으로 탄수화물 섭취가 비만의 주요 원인이라는 인식이 확산해 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다. 하지만 밥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다. 오히려 다이어트의 첫 번째 방법이 ‘아침밥을 꼭 챙겨 먹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쌀이 가지고 있는 탄수화물은 섬유질이 높고 나트륨, 지방 및 콜레스테롤 함량이 매우 낮기 때문에 적정량 섭취 시 다이어트 효과가 있으며, 특히 쌀눈에 많은 옥타코사놀 성분이 근육의 글리코겐양을 높여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쌀은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등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우수한 효능이 있어 ‘아침 식사’를 ‘밥’으로 한다면 건강 식단으로도 안성맞춤인 것이다.

쌀 수요 확대를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소비자의 선호도에 맞춘 가공식품의 다양화와 고급화 전략이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떡, 쌀빵, 쌀과자 등 디저트류와 전통적인 차, 주류 등의 프리미엄화는 최근 대중의 소비 트렌드를 고려할 때 지속적으로 대량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전북의 한 농협에서 만든 생크림 찹쌀떡이 연일 품절 행진이다. 해당농협 하나로마트 앞에는 구매를 원하는 이들이 줄지어 서 있고, 온라인 판매처에는 물량이 풀리는 즉시 소진되어 ‘떡픈런(떡+오픈런)’을 해도 구매가 어렵다고 한다. 찹쌀떡이 일을 낸 것이다. 대중이 늘 곁에 두고 소비할 수 있는 쌀 가공식품이 농심(農心)을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례다.

최근 정부는 쌀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2월 매입한 10만 t 외 추가로 5만 t을 시장격리 조치하기로 했다. 부산농협은 쌀 소비촉진과 함께 지속적인 수요 창출을 위해 ‘쌀에 대한 인식 전환’에 초점을 두고 관내 지자체, 기업체, 학교 등 유관기관과 함께 ‘아침밥 먹기 캠페인 및 쌀 소비촉진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을 진행 중이다. 또한 각종 행사와 사회공헌활동 시 지역 쌀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홍보하여 쌀 소비 붐 조성에도 힘쓸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쌀 소비 생활화가 널리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쌀을 뜻하는 한자인 ‘미(米)’는 ‘쌀 한 톨을 얻기 위해 농민의 정성이 여든여덟 번이나 든다’는 의미로, 이는 쌀이 단순한 식량·곡류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전국적인 쌀 열풍으로 농심(農心)이 다시 한번 온 국민들에게 닿아 마침내 우리의 ‘쌀’이 예전의 위상을 되찾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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