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실태조사 나서는 정부, ‘티메프’ 방지책 나올까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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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 대상 전수조사
정부, 자금 지원 뒤 관리 안 해
감독 부실 책임론 비판 지적도
정산 시기 등 점검 필요성 제기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티몬, 위메프 정산지연 사태 피해자들이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티몬, 위메프 정산지연 사태 피해자들이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티몬·위메프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를 계기로 중소벤처기업부가 모든 온라인 쇼핑몰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섰다. 범 정부 차원에서도 판매 대금 유용을 막는 안전장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정부 관계 당국의 허술한 관리 감독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일 중기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유동성 실태와 소상공인에게 판매대금을 정상 지급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중기부·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기부 ‘소상공인 온라인 쇼핑몰 판매 지원 사업’의 수행 기관은 티메프를 포함해 총 40곳이다.

티메프는 2020년부터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사업에 포함돼 중소기업유통센터로부터 30억 원가량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이 사업을 통해 큐텐 계열사 6곳에 입점한 기업은 총 3678개, 이중 23개 사가 6월 말 기준으로 46억 원의 미정산 금액이 발생했다.

특히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온라인 판로 지원 사업의 수행기관 선정 시 플랫폼의 재정 건전성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미 자본 잠식 상태로 존속에 의문이 생긴 플랫폼에 소상공인 입점을 부추겨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커머스 업체들이 자본 잠식 상황에서 성장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챙겨보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다”며 제도 보완을 약속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판매자에게 지급해야 할 거래 대금을 제멋대로 사용한 플랫폼의 ‘도덕적 해이’ 이전에 그것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감독 체계의 허점이 드러난 탓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티메프와 맺은 업무협약(MOU)에서 ‘미상환·미정산 잔액에 대한 보호 조치 강구’라는 내용이 포함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금감원은 위메프에 대해 2020년부터, 티몬을 두고선 2022년부터 경영 개선 등을 요구했다. 티메프의 위험을 이미 인지한 셈이다.

티몬·위메프의 부실 징후를 일찍 포착했지만 포착 은행, 증권 등 당국의 허가를 받는 금융사와 달리 등록 업체에 대해서는 경영개선 권고나 명령 등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실효성 있는 조치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이유다.

공정위 산하 한국소비자원 역시 위메프에서 정산 지연 사태가 처음 발생한 7월 8일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면 더 큰 피해를 막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티메프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고무줄’ 같은 정산 주기와 함께 판매대금과 경영자금이 뒤섞인 불투명한 회계관리가 꼽힌다.

최근 사태를 계기로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는 ‘로켓정산법’이 재조명되고 있다.

2021년 당시 한무경 전 국민의힘 의원이 유통사의 상품 대금 지급을 30일로 제한하는 ‘로켓정산법’을 대표 발의했으나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또 금융위원회는 은행 등 제3자가 결제대금을 보관하고 물품 배송이 완료되면 판매자에게 대금이 지급되는 ‘에스크로’ 의무화도 검토하고 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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