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도 더워 죽겠소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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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양계 농가도 폭염과의 전쟁
온도 낮추려 지붕까지 걷어내고
폐사할까 밤잠 못 자고 전전긍긍

경남 진주의 한우 축사가 축사 온도를 낮추기 위해 벽이 모두 개방돼 있다. 경남 진주의 한우 축사가 축사 온도를 낮추기 위해 벽이 모두 개방돼 있다.

“사람도 버티기 힘든데 말 못 하는 가축은 오죽하겠습니까.”

지난달 31일 경남 진주시 김철규 씨 한우 축사. 체감온도 37~38도에 달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축사에서는 매일 같이 악전고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김 씨는 축사 벽과 지붕까지 다 걷어냈다. 우사 온도가 조금이라도 낮춰질까 싶어서였다. 소 머리 위로는 대형 선풍기들도 쉴 새 없이 돌고 있었다. 하지만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김 씨는 혹시라도 애지중지 키우는 소들이 폐사할까 밤잠도 못 이룬다. 소들은 35도 이상 폭염이 이어지면 사료를 잘 섭취하지 않고 수태율이 뚝 떨어진다. 심할 경우 폐사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소들이 마시는 물도 하루 두 번 갈아준다. 평소엔 이틀에 한 번 갈아준다. 사료에는 비타민 등도 따로 첨가한다.

경남 한우 농가들마다 최근 들어 무더위와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시설 좋은 축사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소규모나 시설이 낙후된 축사는 개폐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에 선풍기에만 의지한다. 물을 뿌려 열을 식히기도 어렵다. 땅이 젖고 공기가 습해지면 소들이 생활이 어렵다. 분무기로 가끔 소 등에만 물을 뿌려주는 임시방편만 쓰고 있다.

김철규 전국한우협회 진주시지부 사무국장은 “한우값이 좋으면 어떻게든 시설을 넣겠지만 요즘 한우값이 폭락하면서 재투자도 어려운 상황이다. 모든 한우 농가가 악전고투를 하고 있다. 나이가 많은 농장주들은 더 어렵다”고 답답해 했다.

경남 진주의 한 육계 사육농가에서 닭들이 힘없이 앉아 있다. 경남 진주의 한 육계 사육농가에서 닭들이 힘없이 앉아 있다.

폭염과의 사투는 양계 농가에도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폐사가 걱정이다. 닭은 한 마리가 죽으면 수십, 수백 마리가 동시에 폐사하기 일쑤다. 닭은 땀샘이 없어 호흡으로만 온도를 조절한다. 덥고 습한 환경에 노출되면 닭 대부분이 과호흡으로 폐사할 수 있다.

출하를 앞둔 진주의 한 육계 농가는 애지중지 키운 닭이 폐사할까 애간장을 졸이고 있다. 장마 이후 축사 내부 온도가 30도, 습도는 70% 이하로 떨어지질 않고 있어서다. 육계 성장에는 축사 내부 온도 26도, 습도 50%가 적당하다. 농장주는 24시간 환풍기를 틀고, 해가 뜨면 스프링클러로 지붕에 물을 뿌리지만 불안하기만 하다.

정윤호 대한양계협회 진주시지부장은 “양계 농장은 사람이 축사를 아예 떠나지 못한다. 온도가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안개 분무를 틀든지 바로 대처해야 한다. 요즘 같은 불볕더위엔 육계가 잘 크지도 않아 출하 시기가 늦춰지는데 그 사이에 폐사 발생 가능성이 높아서 긴장을 늦추질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가축재해보험’을 통해 확인한 올해 경남 지역 가축 폭염 피해 현황은 7월 30일 기준 1만 865마리로, 지난해 8월 1일까지 발생한 폐사량인 7835마리에 비해 39% 폭증했다.

지역별로는 고성이 5888마리로 가장 많았고, 이어 창녕 1697마리, 김해 1477마리, 창원 545마리 등으로 뒤를 이었다. 피해 가축은 주로 육계와 돼지에 집중됐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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