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정통 크루즈 산업을 육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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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정부 정책 주로 크루즈선 유치에 집중
크루즈 산업에 대한 지원·관심 부족
활성화 위해 다양한 상품 등 개발하고
카페리 여객운송 중간 단계로 활용을

크루즈 산업 육성은 우리 해운산업의 마지막 숙원사업이다. 이렇게 말하면 의아해할 분들이 많다. 여기서 말하는 크루즈는 한중, 한일 간 카페리를 이용한 여객 운송이 아니라 2000여 명의 여객에 1000명 정도의 승무원을 싣고 해외 각지를 순항하는 정통 크루즈를 말한다. 부산항 제주항에는 거의 매일 정통 크루즈선이 입항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크루즈 산업의 육성이 충분하지 않다.

크루즈 산업은 크루즈 관광, 크루즈 해운항만, 크루즈 건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 결과에 의하면 크루즈 관광객 24명이 정규직 1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1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면 대략 416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크루즈 관광객 1명이 방문 도시의 1기항지에 약 20만 원을 지출한다. 부산항에 여객 2000명의 크루즈선 한 척이 입항하면 4억 원의 매출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해운항만 분야는 크루즈 산업의 핵심이다. 크루즈 선박을 소유하는 선주사, 크루즈를 이용해 여객을 운송하는 여객 운송인, 크루즈 선박에 선용품을 제공하는 업체, 크루즈선이 입항해 부두를 사용할 때 수입을 얻는 국제여객터미널을 운영하는 항만공사 등은 모두 크루즈와 관련된 해운항만 사업자들이다. 전 세계에는 446척의 크루즈선이 있으며, 이들은 연간 약 70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다. 한 척당 연간 약 1560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열 척을 운항하면 1조 6000억 원 상당의 매출이 발생하게 된다. 크루즈선 건조도 중요한 산업이다. 통계에 따르면, 8000억 원 규모의 크루즈선 다섯 척을 건조하면 약 4조 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2만 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현재 한국 조선소는 크루즈 선박 건조 경험이 없지만, 정통 크루즈와 카페리의 중간 단계인 크루즈 페리를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것은 긍정적이다.

우리 정부의 크루즈 정책은 주로 해외 크루즈선 관광객 유치에 집중돼 있었다. 부산항과 인천항에 크루즈선이 입항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든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크루즈 선주사와 운송인 육성, 연안 크루즈 여건 조성, 크루즈 조선 및 기자재 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부족했다. 만약 부산과 경남에 있는 조선소가 열 척의 크루즈선을 건조하고 이를 운송인으로 영업한다면, 선박 건조에서 4조 원, 운항 수입에서 1조 6000억 원 등 모두 5조 60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선박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선박 소유자는 선박을 임대해 용선료를 벌고,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운송인은 운임 수입을 얻는다. 이 두 가지가 해운업의 핵심 축을 이루지만, 국내 크루즈 산업에서는 이러한 영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정통 크루즈선을 소유한 회사도, 크루즈를 통한 여객 운송업체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정통 크루즈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크루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야 한다. 수요가 적다는 것은 영업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므로 해운기업들이 크루즈 영업에 나서지 않게 된다. 따라서 정부와 해운업계는 크루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크루즈의 장점을 부각하고 크루즈 관광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상품과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 팬스타와 같은 카페리 여객선사, 롯데관광과 같은 여행사들이 정통 크루즈를 1주일 정도 임대해 운송인 역할을 하는 차터 크루즈를 확대하고 있다. 2024년에는 14회의 국내 크루즈 출항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는 정통 크루즈 운송인이 되기 위한 전 단계의 경험이 카페리 여객선사에 쌓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정통 크루즈 선주업과 여객운송업은 성장 잠재력은 크지만 경쟁력은 낮은 유치산업에 해당한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출발이 늦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특별한 지원도 필요하다. 크루즈선은 한 척당 건조가가 5000억 원 정도다. 한데 우리나라는 아직 크루즈선에 대해 선박금융이 일어난 적이 없다. 통상 2000억 원 정도의 자기자본이 있어야 한다. 한 회사만으로는 선박을 건조하고 소유하기 어려워 조선소, 항만공사, 해운회사 등이 지분을 나눠 가지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콘도처럼 여객실 하나하나를 구분해 소유권을 가지거나 사용권을 가지도록 해 펀딩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크루즈 산업 지원 및 육성에 관한 법을 강화해 외국의 선진 업자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우리 크루즈 사업 진입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이를테면 제한이 없는 외국 크루즈선과의 경쟁을 위해 국적 크루즈선에도 내국인이 공해에서 카지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한중, 한일 카페리 여객운송을 중간 단계로 잘 활용할 필요도 있다. 이들 카페리를 이용하는 여객들은 정통 크루즈를 이용할 잠재고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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