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사브르 은빛 피날레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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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펜싱 사브르 단체 은메달
금 2개 포함 사브르서 메달 3개
한국 펜싱 세대 교체 성공 증명

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여자 대표팀이 태극기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여자 대표팀이 태극기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펜싱이 펜싱의 ‘본고장’ 격인 프랑스에서 개최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멀티 골드’라는 수확을 남기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한국 펜싱은 사브르에서 남자 개인,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고, 여자 단체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펜싱 사브르 강국으로서 면모를 세계에 알렸다.

윤지수(31), 전하영(22·이상 서울특별시청), 최세빈(23·전남도청), 전은혜(27·인천광역시 중구청)로 구성된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42-45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동메달을 넘어선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세계 랭킹 4위로 메달권 진입 전망이 없진 않았으나, 이번 대회 펜싱 단체전에 출전한 3개 종목 중 메달 기대치로는 가장 낮은 팀이었다. 더구나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도쿄 대회 이후 세대교체기를 겪으며 큰 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그에 따른 의문 부호도 있었다. 도쿄 대회 땐 막내였던 윤지수가 만 27세였고 이미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여러 차례 출전했을 정도로 경험 많은 선수들로 구성됐는데, 이번 팀은 윤지수를 빼면 올림픽이 모두 처음이었다. 하지만 패기로 똘똘 뭉쳐 대반란을 일으키며 ‘은빛 피날레’를 선사했다. 특히 세계 랭킹 1위 프랑스를 준결승에서 격파한 것은 압권이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금메달,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 사브르 강국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는 박빙의 우위를 지키지 못하며 42-45로 역전패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여자 사브르는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자 사브르 단체전을 끝으로 한국은 파리 올림픽 펜싱 일정을 모두 마쳤다. 한국 펜싱은 이번 대회를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로 마무리했다.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은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년 남자 에페의 박상영 이후 8년 만에 개인전 우승이다. 오상욱을 필두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호흡을 맞춘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이어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뜻깊은 은메달이 나와 사브르가 3개의 메달을 모두 책임졌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민국 선수단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비관적인 전망이 이어진 가운데 대한체육회로부터 ‘금메달 2개’ 기대를 받던 펜싱 역시 여느 때보다 쉽지 않은 대회가 될 거란 예상이 대표팀 안팎에서 주를 이뤘다. 직전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출전했던 여자 사브르의 김지연을 비롯해 각 종목을 대표하던 선수 다수가 은퇴하거나 이번 대회엔 나서지 못했다. 여기에 간판 종목인 남자 사브르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오랜 기간 단체전 호흡을 맞춘 멤버 중 절반인 2명(김정환·김준호)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으며 올림픽 직전 1년이 되지 않는 사이에 급격한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등 변수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 펜싱은 파리의 상징적인 건축물 중 하나인 그랑팔레의 꼭대기에 두 번이나 태극기를 휘날려 자존심을 세웠다.

단일 올림픽에서 펜싱 금메달 2개가 나온 건 역대 최고의 대회로 꼽히는 2012년 런던 올림픽(금2·은1·동3) 이후 12년 만이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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