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34도 폭염에 수백m 대기줄...도시공사 "온라인 접수 전환 어려워"(종합)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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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 접수’ 공지 새벽부터 장사진
시청 행복주택, 청년 실수요자 몰려
수천명 왔는데 번호표 500번까지
“공지 없어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6~9일 방문 또는 우편접수 재개
“온라인 접수는 시스템상 어려워”

5일 오전 부산도시공사가 진행한 행복주택 잔여 세대 입주자 모집에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 독자 제공 5일 오전 부산도시공사가 진행한 행복주택 잔여 세대 입주자 모집에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 독자 제공
실시간 행복주택 잔여세대 추가 입주자 대기 인파 현황

부산도시공사가 실시한 행복주택 잔여 세대 추가입주자 모집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행정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최고 기온이 34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시민들은 기약도 없이 뙤약볕에서 대기하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도시공사는 결국 이날 모집을 취소하고 오는 9일까지 방문 또는 우편 접수를 받기로 했다. 시스템상의 어려움으로 온라인 접수는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유사한 불편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산도시공사는 5일 오전 공사가 보유한 행복주택 5개 단지 잔여 세대에 대한 추가입주자 통합모집을 실시했다. 모집 대상은 일광 158세대, 동래 74세대, 아미 39세대, 시청 앞 23세대, 용호 2세대 등 총 5개 단지 296세대다. 행복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주변 시세의 60∼80% 금액으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도시공사가 지난달 19일 “접수는 다음 달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공사 1층에서 선착순 접수를 통해 이뤄진다”고 밝히면서 혼란이 예고됐다. 선착순이라는 말에 시민들은 이날 오전 5, 6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도시공사 1층 로비에서부터 시작한 줄은 한때 도시철도 부암역을 지나 서면 굴다리까지 수백m 넘게 이어질 정도였다.

도시공사 1층 로비에서부터 시작한 줄은 한때 도시철도 부암역을 지나 서면 굴다리까지 수백m 넘게 이어졌다. 독자 제공 도시공사 1층 로비에서부터 시작한 줄은 한때 도시철도 부암역을 지나 서면 굴다리까지 수백m 넘게 이어졌다. 독자 제공

하지만 이날 공사 측이 준비한 추첨 번호표는 500번까지 밖에 되지 않았다. 이날 일찍부터 공사를 찾은 김 모(44) 씨는 “2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고 들었다”며 “몇 시간째 공사에서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아 영문도 모른 채 시민들은 찜통 더위 속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도시공사 측은 이전 모집 때보다 배 이상의 인파가 몰려 미처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시청 앞 행복주택에 대한 청년층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수천 명의 인파가 장사진을 이른 시간부터 장사진을 쳤다. 이날 오전 11시 2분에는 20대 여성 1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시청 앞 행복주택에 지원하기 위해 오전 6시에 방문한 이 모(35·여) 씨는 “도착한 순서대로 번호표를 배부받지 못해 곳곳에서 불만과 원성이 쏟아져 나왔다”며 “공사 직원들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일부 대기자들이 추첨 번호표를 여러 개 받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태는 오전 11시 30분이 넘어가면서 점차 마무리됐으나 일부 시민들은 1층 로비에서 항의를 이어갔다. 도시공사 홈페이지에는 안일한 행정을 지적하는 항의글이 쏟아졌다.

현장에서 만난 서 모(35) 씨는 “선착순 접수라는 말에 연차를 내고 오전 5시 반부터 왔는데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며 “오늘 모집이 무효로 돌아가면 이런 손해는 누가 보상해 주나”라고 말했다.

부산도시공사는 5일 모집 과정에서 뒤늦게 서류를 제출한 40명가량은 접수를 받아들이고, 6일부터 접수를 새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오는 9일까지 1층 로비에 방문 접수하거나 우편으로 서류를 접수하면 된다는 것이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시민들께 큰 불편을 끼쳐드려 송구할 따름”이라며 “남은 기간 원활한 접수가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공사 자체 온라인 청약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나 선착순 추점을 하려했던 이 건에 대해서는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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