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 판사' 조무제 전 대법관, 동아대서도 조용한 퇴임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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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변호사 개업 안 한 첫 대법관
1993년 첫 재산공개 땐 '꼴찌' 차지
건강 탓 2년 전 퇴직 뒤늦게 알려져

조무제 전 대법관. 부산일보DB 조무제 전 대법관. 부산일보DB

‘청빈 판사’ 조무제(83) 전 대법관이 건강 문제로 2년 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에서 조용히 퇴직한 뒤늦게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그의 소탈한 행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5일 동아대에 따르면 조 전 대법관은 지난 2022년 건강 문제로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석좌교수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2004년 대법관에서 퇴임 직후 변호사 개업 대신 모교인 동아대 석좌교수로 부임해 후학을 양성해 왔다.

동아대 측은 그의 의견에 따라 별도의 퇴임식을 열지 않았고, 연구실을 그대로 보존해 조 전 대법관 퇴임 사실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지역 법조계에선 조 전 대법관의 청렴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연구실 보존이나 기념관이 건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동아대 로스쿨 측은 조 전 대법관의 평소 언행과 성품을 고려해 연구실 영구 보존이나 기념관 건립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동아대 로스쿨 송관호 원장은 “개인적인 물품은 가족들이 가져갔지만 조 전 대법관이 보던 책이나 자료는 아직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며 “기념관 등으로 그의 정신을 기억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데에 많은 공감이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조 전 대법관은 1970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1993년 첫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6400만 원을 신고해 고위 법관 103명 중 꼴찌를 차지해 ‘딸깍발이(일상적으로 신을 신발이 없어 맑은 날에도 나막신을 신는다는 뜻으로, 가난한 선비를 이르는 말) 판사’ 등의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후 조 전 대법관은 1998년 대법관으로 지명될 당시에도 신고한 재산은 7000여만 원이었으며, 전세 보증금 2000만 원짜리 원룸에서 대법원으로 출퇴근했다. 또 나랏돈을 허비하면 안 된다며 비서관을 두지 않고 혼자 업무를 처리했으며,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그는 1994년 창원지방법원장으로 승진할 때 당시 관행으로 받았던 전별금을 고사하고 법원도서관 등에 기부했으며, 법원 조정위원으로 재직할 때는 자신의 수당이 너무 많다며 자진 삭감을 요청하는 등 청빈한 삶을 살아왔다.

아울러 그는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첫 대법관이다. 동아대 교수 월급 역시 매달 모아 1억 8800여만 원을 모교 발전 기금 등으로 희사했다.

동아대 석좌교수 재직 중에 2009년 문을 연 부산 민사조정센터의 센터장으로 근무했는데, 당시도 분쟁의 골이 깊은 사건만 도맡다시피 하며 기본급을 조금 넘는 보수만 받았다. 지난해 법원도서관은 2019년 채록한 조 전 대법관의 구술을 바탕으로 한 ‘법관의 길 조무제’를 발간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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