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재, 속사권총서 ‘은빛 총성’… 한국 사격 역대 최고 성적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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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처음 출전 ‘깜짝 은메달’
속사권총서 사상 첫 메달 획득
런던 대회 넘어 금 3·은 3개 수확
천문학자 꿈꾸다 사격에 입문
말년 병장으로 내달 전역 앞둬

25m 속사권총 남자 결승에서 2위를 차지한 조영재(왼쪽)가 1위 리웨훙(가운데), 3위 왕쉰제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25m 속사권총 남자 결승에서 2위를 차지한 조영재(왼쪽)가 1위 리웨훙(가운데), 3위 왕쉰제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샤토루 사격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한국의 조영재가 자신의 사격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샤토루 사격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한국의 조영재가 자신의 사격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영재(25·국군체육부대)가 깜짝 은메달을 수확하며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사격에 6번째 메달을 선사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수확한 한국 사격은 속사권총에서 조영재가 메달을 추가하며 2012 런던 올림픽(금메달 3개·은메달 2개)을 넘어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조영재는 5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25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사격 선수 가운데 속사권총에서 메달을 얻은 건 조영재가 최초다.

이로써 한국 사격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로 이번 대회 6개의 메달을 획득해 2012 런던 올림픽을 뛰어넘어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냈다.

한국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공기권총 오예진(19·IBK기업은행), 여자 공기소총 반효진(16·대구체고), 여자 25m 권총 양지인(21·한국체대)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박하준(24·KT)-금지현(24·경기도청)이 공기소총 혼성, 김예지(31·임실군청)가 여자 공기권총에서 각각 은메달을 획득했다.

속사권총 결선은 6명의 선수가 4초 안에 5발을 모두 쏴야 하는 시리즈를 세 차례 실시해 모두 15발을 사격한다. 이때 9.7점 이상 맞혀야 1점을 얻고, 9.7점 이하면 한 점도 얻지 못한다. 이후 5발씩 사격해 최하위 선수가 한 명씩 떨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날 조영재는 본선에서 600점 만점 중 586점으로 29명 중 4위로 6명이 출전하는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서는 첫 번째 시리즈와 두 번째 시리즈 모두 5발 가운데 3발을 맞혀 전체 4위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그리고 3시리즈에서 5발을 모두 표적에 명중시키며 합계 11점으로 리웨훙(중국)에 1점 뒤처진 공동 2위로 나섰다.

한 명씩 최하위가 떨어지는 4시리즈부터는 대다수 선수가 흔들렸다. 조영재는 여기에서도 자신의 흐름을 유지하며 4발을 맞혀 15점으로 단독 선두로 치고 나섰다. 이어 5시리즈 역시 4발에 적중해 19점으로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순항하던 조영재는 6시리즈에서 2발을 맞혀 21점이 됐고, 리웨훙이 5발을 맞혀 23점으로 선두가 됐다. 조영재는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고, 슛오프 끝에 왕신졔(중국)가 살아남아 3명의 선수가 메달 색을 놓고 다투게 됐다. 이 시점에 리웨훙이 23점으로 1위, 조영재가 21점으로 2위, 왕신졔가 20점으로 3위였다. 조영재는 7시리즈에서 3발에 적중해 24점으로 은메달을 확보했고, 리웨훙이 27점으로 1위를 달렸다. 동메달은 23점의 왕신졔에게 돌아갔다.

먼저 사격을 한 리웨훙은 마지막 시리즈에서 5발을 다 맞혀 금메달을 확정했고, 조영재는 1발을 추가해 25점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조영재는 머쓱하게 웃어 보였지만, 대한민국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리스트가 탄생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한국 사격은 이번 올림픽에서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여러 차례 지켜봤다. 25m 속사권총 은메달리스트 조영재도 ‘깜짝 스타’ 중 한 명이다.

조영재의 세계 랭킹은 37위에 불과하다. 올해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 대회 출전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세계 기록(593점)에 2점 모자란 591점을 쏴 당당하게 태극마크를 단 조영재는 올림픽 무대에서도 말 그대로 ‘기분 좋은 사고’를 쳤다.

국군체육부대 소속 병장인 조영재는 오는 9월 18일 만기 전역을 한 달여 앞두고 올림픽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때 우연히 사격을 하던 아는 형을 따라갔다가 사격에 입문한 조영재는 한번 시작하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성격이다. 조영재는 올림픽 전에 “한번 시작한 선수 생활인데 정상을 찍어보고 싶다. 세계 최고의 사격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 포부는 허언이 아니었음을 올림픽 무대에서 증명했다. 천문학을 좋아한다는 그는 망원경 대신 조준경에 눈을 맡겼고, 메달을 따내며 올림픽의 ‘별’이 됐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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