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재발해도 상관없다”… 이란, 국제사회 만류 거부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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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어 아랍권도 자제 당부
이란 “대응 없이 못 넘겨” 거절
이스라엘 내 타깃 늘려 대공습
주둔 미군까지 포함될 가능성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오른쪽)이 4일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사파디 장관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한 요르단 관리다. 이란 대통령실 제공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오른쪽)이 4일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사파디 장관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한 요르단 관리다. 이란 대통령실 제공

이란이 인근 아랍 국가들로부터 이스라엘 보복 공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일인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것과 관련해 대응을 만류하는 주변 아랍국들의 요청을 이란이 묵살했다”고 전했다. 이란 측은 지난 3일 아랍국가 외교관들에게 이러한 입장을 밝히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대응이 ‘전쟁을 촉발해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도 유럽과 다른 협력국 정부에 확전 방지 메시지를 이란 측에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국 측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공격이 맞대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보복을 자제할 경우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의 노력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중동 내 대표적 친서방 국가인 요르단은 아이만 사파디 외무장관을 이날 이란으로 보내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알리 바게리 이란 외무장관 대행과 회담하고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외신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하니예 암살이 대응 없이 지나갈 수 없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중대한 실수”라며 보복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란이 이처럼 보복 공격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이스라엘 공습 시나리오도 여러 각도로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공습에서는 이스라엘 내 미군도 표적에 포함하는 등 타격 극대화를 위해 입체적인 공격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날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되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일단 전쟁연구소는 이번 이란의 공습은 지난 4월 이스라엘 공습보다 대규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이란은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이 폭격당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지만, 발사체의 99%가 이스라엘과 미국에 격추됐다. 이에 따라 이란은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뚫기 위해 발사체의 수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이란의 영향권에 있는 이라크 민병대 등 '저항의 축'의 자원까지 총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스라엘과 가까운 레바논이나 시리아, 이라크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이나 드론은 이스라엘 방공망에 훨씬 더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1000km 이상 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격추할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레바논 등 인근 국가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더 짧은 시간에 목표물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내 공격 목표물의 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4월 공습에서 이란은 이스라엘의 2개 지역을 표적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번 공격의 경우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교란하기 위해 목표물의 수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전쟁연구소는 레바논과 예멘, 이라크가 한군데의 표적에 집중하고, 이란이 더 다양한 표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이란이 이번 공격에서 미군을 동시에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지역의 미군은 지난 4월 이스라엘을 도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격추했다. 그러나 만약 미군이 직접 공격받는다면 자기방어를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방공 지원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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