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미국 경제, 왜 갑자기 R의 공포?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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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4.3%로 치솟자 패닉 확산
금리 인하 실기론 등도 원인 지목
기준금리 9월 0.5%P 인하 유력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 모습. AP연합뉴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에 의해 역대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던 미국 증시에 ‘R의 공포’(경기 침체 공포)가 닥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것은 무슨 이유일까. 투자자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의아할 따름이다.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진작 내렸어야 했다는 ‘실기론’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실업률은 4.3%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4.1%를 상회했다.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1만 4000명 늘어나 시장 예상치(17만 6000명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51% 내렸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도 각각 1.84%, 2.43% 떨어졌다.

중동에서 전쟁이 확산될 우려가 커졌는데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경기 침체 우려가 더 많이 반영되면서 2.79달러(3.66%) 떨어진 배럴당 73.52달러를 기록했다. 아울러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8로,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왔다. 이처럼 모든 지표가 동시에 경기 둔화를 가리킨 것이다. 아울러 이란과 헤즈볼라 등이 이스라엘에 대해 보복성 공격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증시 불안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우려가 아직 심리적 문제일 뿐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실업률 상승이 공급에 의해 주도가 됐고, 여전히 노동력 수요는 견고하기에 실업률만 가지고 경기 침체 여부를 섣불리 예측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에선 ‘삼(Sahm)의 법칙’ 지표도 나왔다.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 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는 지표다. 이를 이번에 적용하니 0.53%포인트로 나타나 ‘삼의 법칙’ 기준으로는 미국 경기가 침체 진입을 알렸다. ‘삼의 법칙’은 꽤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한 상황이 되자 미국에선 이미 기준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는 ‘실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증시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70%로 보고 있다. 한번에 0.5% 포인트 내리는 것은 ‘빅컷’이라 부른다. ‘빅스텝’의 반대말인 셈이다. 또 연말까지는 1.15% 포인트, 내년 6월까지는 2.0% 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심지어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 기다리지 않고 긴급회의를 소집해 금리를 기습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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