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여제’ 안세영의 이유 있는 포효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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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절대 1강’ 체제 구축
부상 딛고 53주 연속 세계 1위
20대 초반… 랭킹 20위 내 최연소
당분간 적수 나타나기 어려울 듯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안세영(22·삼성생명)이 진정한 ‘셔틀콕의 여제’로 등극하며 그의 전성기를 선언했다. 안세영은 20대 초반의 나이에 ‘절대 1강’을 구축했고, 4년 뒤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안세영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천위페이(중국), 타이쯔잉(대만)과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빅4’로 거론됐다. 안세영은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을 기점으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부상 악재 속에서도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해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8월 1일 처음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이래 현재까지 53주 연속으로 정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반면 경쟁자들은 안세영을 크게 위협하지 못하고 있다. 안세영은 지난해 10월부터 무릎 통증을 안고 뛰었음에도 최근 상대 전적에서 세 선수에게 모두 앞선다. 지난해부터 야마구치에겐 5승 3패, 천위페이에겐 7승 4패, 타이쯔잉에겐 9승 2패로 우세하다.

올해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대회 우승 횟수도 안세영(3회), 천위페이·타이쯔잉(이상 1회), 야마구치(없음) 순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올림픽은 배드민턴 여자 단식 구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야마구치와 천위페이는 각각 안세영과 허빙자오(중국)에게 가로막혀 4강에 오르지 못했고, 타이쯔잉은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10대부터 태극마크를 단 안세영은 ‘악바리 근성’으로 차근차근 성장했다. 그는 만 19살이었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천적’ 천위페이에게 8강에서 져 눈물을 쏟아내며 다음 올림픽을 기약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결승전 도중 무릎을 다쳤다. 그럼에도 그는 무릎과 허벅지 곳곳에 테이핑을 한 채 끝까지 라켓을 놓지 않았다. 안세영은 마지막 세 경기를 이겨 금메달을 따내고 힘껏 소리를 지르고는 코트에 드러누워 버렸다.

앞으로도 시간은 안세영의 편이다. 2002년 2월생인 안세영은 앞으로 기량을 끌어올리고 전성기를 유지하기에 충분하다. 반면 다른 세 선수는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조금씩 하락세를 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1994년생인 타이쯔잉(30)은 이미 기량 저하가 확연하고 1997년생 야마구치(27)와 1998년생 천위페이(26)도 4년 뒤에는 30대가 된다.

그렇다고 안세영의 지위를 위협할 만한 유망주가 나타난 것도 아니다. 현재 여자 단식 세계 랭킹 20위 이내에서 안세영보다 나이가 어린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그나마 5위 왕즈이가 2000년생으로 가장 어린데, 안세영이 상대 전적에서 8승 2패로 압도하고 있다. 안세영은 2019년 18세의 나이로 세계 랭킹 톱 10에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수년간 안세영의 적수는 나타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안세영은 “올림픽까지 하루하루에 충실하고 과정을 잘 채워나간다면 그 끝에는 금메달이라는 목표가 자연스레 뒤따라올 것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졌다”며 “올림픽 무대가 주는 부담감에 힘들 때도 '낭만'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독였다”고 밝혔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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