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국 정상화" 외치면서… 또 '거부권 정국'?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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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협의 가능 민생 법안 처리"
민주 "논의 테이블부터 구성하자"
정부 '방송4법' 재의요구안 의결
채 상병 특검법도 조만간 재발의
민생 법안 자체에 시각 차도 현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과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을 비롯한 야당 과방위원들이 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앞쪽 왼쪽 세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과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을 비롯한 야당 과방위원들이 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앞쪽 왼쪽 세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 출범 이후 민생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한 채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고조되자, 여야가 6일 뒤늦게 협의 테이블을 마련하자는 입장을 동시에 냈다. 그러나 정부가 이날 ‘방송4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서 ‘거부권 정국’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고, 특히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 한동훈 체제를 겨냥해 ‘채 상병 특검법’ 재발의에 나설 방침이어서 과연 정국 정상화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년 시행되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협상과 21대 국회에서 불발된 연금 개혁 논의를 위한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구성을 제안하면서 “정쟁 법안은 당분간 미뤄두고, 여야 간 이견이 없거나 크지 않은 민생 법안을 8월 임시회에서 처리하자”고 밝혔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이날 “시급한 민생입법의 물꼬를 트기 위한 정책위의장 간 논의 테이블을 구성하고 여야 협의를 시작하자”고 했다.

거대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와 여당의 대통령 거부권 건의라는 ‘쳇바퀴 정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충분히 합의 도출이 가능한 법안마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전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단독 처리로 민주당이 주력해온 쟁점법안들이 추후 거부권 행사와는 별개로 모두 본회의 문턱을 넘은 것도 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현재 여야 합의 처리가 가능한 법안으로는 원자력발전소 사용후핵연료의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관리 특별법, 간호사 업무를 명확히 하는 취지의 간호법, 전세사기 피해 구제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에 대해 상속권을 배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 반도체 등 국가전략 기술에 대해 세액공제해주는 K칩스법 등이다.

여야의 동시적인 입장 표명에도 당장 민생법안 논의 테이블이 구성될지는 불투명하다. 일단 정부의 재의요구권 의결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곧 방송4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곧바로 이를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과천정부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를 찾아가 최근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의결 과정에 대한 회의 기록 공개 문제 등을 두고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과 강하게 충돌하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은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재의결 불발로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을 조만간 재발의하겠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세 번째 특검법안에 대한)자체 검토를 다 마쳤다”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약속한 대로 어떤 형태로든 (국민의힘)내부에서 특검법을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제3자 추천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한 만큼 특검법 논의에 전향적으로 응해야 한다는 취지이지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관계의 ‘뇌관’인 특검법을 다시 꺼내 여권 내 분열을 유도하려는 셈법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검사 탄핵 등에 대한 국회 절차도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협상보다는 충돌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민생법안 자체에 대한 여야의 시각 차도 현격하다.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상속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추는 세제 개편과 안전진단 통과 전 재건축 절차를 추진할 수 있게 하는 도시정비법 개정 등을 시급한 민생 입법으로 보는 반면 민주당은 전날 양곡법 개정안, 한우산업전환지원법 제정안 등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양곡법과 한우지원법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고, 국민의힘은 ‘선심성 정책’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막상 협상에 들어간다고 해도 우선 처리 법안을 두고 신경전이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정쟁 국회에 대한 국민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자 여야가 뒤늦게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면서 “여야의 ‘민생’ 외침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접점을 찾기 힘든 법안은 일단 뒤로 미루고, 이견이 별로 없는 법안은 한시라도 빨리 처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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