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유해조수 민물가마우지 잡겠다던 사냥꾼들 'KO패' 이유는?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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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 지난달 말부터 가마우지 포획
엽사 동원…일주일간 1마리 포획 그쳐
엽총 실효성 떨어져…산란기 이용해야
인근 지역 피해 우려…정부 대책 필요

경남 산청군의 한 야산. 민물가마우지의 주요 서식지 가운데 하나다. 인적이 드물고 나무 위에 있다 보니 총 외에는 포획이 어렵다. 독자 제공 경남 산청군의 한 야산. 민물가마우지의 주요 서식지 가운데 하나다. 인적이 드물고 나무 위에 있다 보니 총 외에는 포획이 어렵다. 독자 제공

경남 산청군이 내수면어업에 큰 피해를 주는 민물가마우지 포획에 나섰지만(부산일보 8월 6일 자 11면 등 보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일주일 동안 겨우 1마리를 잡는 데 그쳤는데 엽사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산청군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 지역도 사정은 비슷한데, 포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경남 산청군에 따르면 지난 6월 지역 내 민물가마우지 대규모 출몰 지역 7곳을 포획 지역으로 지정하고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인 포획에 나섰다. 지난 3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조(유해야생동물) 시행’으로 민물가마우지가 유해조수에 지정됨에 따라 포획이 가능해졌다. 군은 총 6명의 엽사를 고용했으며, 2개 조로 나눠 밤낮 없이 민물가마우지 사냥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성과는 초라하다. 수천 마리 민물가마우지 가운데 일주일 동안 잡은 개체 수는 단 1마리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강물에 떠내려가 사체를 확인할 길이 없는 상태다.

민물가마우지 포획이 어려운 가장 큰 원인은 잡는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민물가마우지는 평소 강 주변에서 생활하며 사람이 발길이 닿기 힘든 산을 주 서식지로 삼는다. 그렇다 보니 그물이나 덫으로는 사실상 포획이 불가능하며, 엽사들을 동원해 총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가 근처나 사람이 오가는 곳에서는 총을 사용할 수 없어 포획 자체가 불가능하다.

경호강에 앉아 있는 민물가마우지 떼. 강폭이 길어 엽총으로는 포획이 쉽지 않다. 김현우 기자 경호강에 앉아 있는 민물가마우지 떼. 강폭이 길어 엽총으로는 포획이 쉽지 않다. 김현우 기자

총의 살상 유효거리도 문제다. 엽총의 경우 조류용 탄환을 사용하면 50m, 멧돼지용 탄환을 써도 70~80m 정도에 불과하다. 산청군 경호강의 경우 강폭이 200m가 넘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산청군 관계자는 “엽총으로는 민물가마우지를 잡기가 어렵다. 엽총을 쏘면 가마우지가 소리에 놀라 잠시 날아오르는데 잠시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물가마우지는 생명력이 강해 머리에 탄환을 맞지 않는 이상 총을 맞아도 그대로 날아가 버린다. 엽사들로선 사체가 있어야 마리당 3만 원의 수당을 받을 수 있는데 회수가 되질 않으니, 수당을 받을 수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엽사들도 민물가마우지 포획을 꺼리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포획이 아니라 가마우지를 내쫓는 방식을 사용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내쫓는다고 해도 바로 옆 산으로 가는 정도고, 오히려 인근 지자체로 넘어가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산청군과 계약한 김승문 엽사는 “배를 타고 포획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총을 맞추더라도 강에 들어가서 사체를 건져 올 수도 없다. 포획을 못 하면 수당을 받을 수가 없는데 누가 민물가마우지 포획에 나서겠나. 그렇다 보니 차라리 이 지역에서 내쫓자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총소리에 놀란 가마우지는 잠시 날아오른 뒤 다시 강으로 돌아와 버린다. 김현우 기자 총소리에 놀란 가마우지는 잠시 날아오른 뒤 다시 강으로 돌아와 버린다. 김현우 기자

산청군처럼 민물가마우지 포획에 나선 다른 지자체들도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원도 양구군과 인제군 등 일부 지역에서는 2~3년 전부터 민물가마우지가 크게 늘면서 피해가 누적됐고, 지난 3월 이후 지역별로 포획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하루 1마리꼴로 잡히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유효했던 방법은 산란기를 이용한 부분이다. 인제군은 지난 4월 민물가마우지 산란기 때 엽사들을 동원해 서식지 소탕에 나섰다. 산란기다 보니 가마우지가 멀리 도망을 가지 못했고 하루 만에 80마리 정도 포획에 성공했다.

인제군 관계자는 “총으로도 잡기 힘든 게 가마우지다. 그나마 산란기를 이용한 방법이 유효했는데 내년에도 같은 방법을 쓰려고 한다. 하지만 한 지역에서 성과를 높이면 가마우지 떼는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 피해를 준다. 결국 인접한 지자체가 힘을 합쳐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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