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신 유재명 “고향서 연극했던 시간들이 내 자양분”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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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부산 연극판서 활동
지금은 충무로 대표 배우 ‘우뚝’
신작 ‘노 웨이 아웃’서 절대악역
“실존하는 악마를 표현하고파”

배우 유재명이 디즈니플러스 ‘노 웨이 아웃’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스튜디오X+U 제공 배우 유재명이 디즈니플러스 ‘노 웨이 아웃’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스튜디오X+U 제공

“부산 연극 무대는 제게 고향 같은 곳이에요. 지금도 고향에 가면 그렇게 좋더라고요.”

배우 유재명은 고향을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스무 살 때부터 20여 년 간 부산 연극판에서 활동하다 충무로로 활동폭을 넓혔다. 그렇게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명실상부한 충무로 대표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재명은 “부산에서 연극하던 경험이 다 저의 재산이 되어 지금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유재명은 충무로에서 선과 악의 얼굴을 모두 펼쳐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로 꼽힌다.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모습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다른 작품에서 날선 얼굴을 한 악한 캐릭터를 거침없이 그려낸다. 최근 첫 화를 공개한 디즈니플러스 ‘노 웨이 아웃’에선 악의 얼굴을 그리는데 그 모습도 흥미롭다. 유재명은 “악마성을 타고난 인물을 맡았다”며 “교도소 안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며 악한 본성을 봉인해두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작품이 범죄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범죄를 미화하진 않았으면 했다”면서 “허구에 의해 만들어진 악마가 아니라 실존하는 악마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재명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더불어 사회 구조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곧 작품이 던지는 화두이기도 하단다. 유재명은 “드라마나 영상 일을 하는 저희가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단순한 재미를 넘어 세상에 하나의 의미를 던질 수 있을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능 기부까지는 아니어도 내가 한 일을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보람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작품은 제목처럼 ‘길이 없는’ 느낌이었어요. 힘들었거든요. 함께 한 조진웅 배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죠. 순간순간이 쉽지 않았지만, 저도 몰랐던 모습이 작품에 담겼을 땐 배우로서 쾌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디즈니플러스 ‘노 웨이 아웃’ 스틸컷. 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플러스 ‘노 웨이 아웃’ 스틸컷. 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플러스 ‘노 웨이 아웃’ 스틸컷. 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플러스 ‘노 웨이 아웃’ 스틸컷. 디즈니플러스 제공

1997년 연극 ‘서툰 사람들’로 데뷔한 유재명은 부산 연극판에서 배우이자 연출, 극작가로 활동했다. 실제로 배우 윤사봉 등 여러 부산 출신 배우들이 “그의 작품으로 연기를 시작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그는 부산 연극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유재명은 “저는 부산에서 마흔 살까지 연극을 했다”며 “이후 서울에서 연극 작업의 연장선으로 영상 작업을 하다가 운 좋게 좋은 작품들을 만나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 아직 많은 선후배가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부산에서 다시 연극을 하고 싶은 생각은 늘 있는데 지금 일을 너무 많이 벌여놔서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웃었다.

유재명은 지금까지 연기 생활을 계속해올 수 있는 건 ‘운’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스무 살 때 연극을 접했는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면서 “몇몇 작품을 하면서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그때마다 좋은 사람이나 작품을 만나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요즘엔 고향에 자주 가진 못하지만, 잠깐이라도 들르게 되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는 “촬영 때문에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선후배들을 만난다”며 “그러면 잠깐이라도 그렇게 좋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부산에서 지낸 시간을 지금 돌아보면 모두 제 자양분이 됐더라고요. 부산에 가면 바다도 있어서 제가 참 좋아해요. 시간이 있다면 앞으로도 자주 찾고 싶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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