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헬기 이송’ 의료진·구급대원만 문책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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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헬기 이송 특혜 의혹 의결
국민권익위 내주 초 확정 전망
부산대병원 의료진·구급대원엔
공직자 윤리규정 적용 징계 예정
정작 이 전 대표 등 당사자는 제외

지난 1월 2일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 피습을 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일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 피습을 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가 다음 주 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응급헬기 이송 특혜’ 의혹과 관련한 의결서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인 이 전 대표와 그의 전원을 요청한 당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을 제외한 채 부산대병원 의료진과 부산소방재난본부 구급대원 등 응급의료에 나섰던 이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역 공직사회가 들끓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김대식(부산 사상) 의원은 6일 “권익위가 오는 12일께 전원위원회를 열어 이 전 대표 응급헬기 이송 특혜와 관련한 의결서 확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달 22일 전원위 회의에서 이 전 대표의 ‘헬기 이송 특혜 논란’ 신고 사건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 의결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대표의 전원을 요구한 천 의원에 대해서도 종결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천 의원의 행위를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볼 만한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특혜는 있었지만 이 전 대표 등은 공무원이 아닌 만큼 적용할 규정이 없어 조사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봤다.

문제는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시킨 부산대병원 의료진과 119응급의료 헬기로 이송한 부산재난소방본부 관계자에 대해 “명백히 규정을 위반해 특혜를 제공했다”는 내용이 담기는 게 유력시 된다는 점이다. 당시 권익위는 “서울대병원은 워낙 전원 오고 싶은 환자가 많아 전원 매뉴얼이 있는데 매뉴얼 위반 사실이 확인돼 특혜 제공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응급헬기 이송 과정에 대해서도 “부산대병원에서 이송을 요청한 분이 권한이 없는 사람이었다”며 “소방본부에가 그걸 먼저 확인한 뒤 헬기를 출동시켜야 하는데 그런 규정들을 위반해 헬기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권익위는 이들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감독기관인 교육부와 해당 병원 그리고 소방청과 부산시에 이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전 대표와 천 의원과 달리 일선 현장에서 그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던 이들만 공직자 행동강령 위반으로 징계를 받는다는 점이다. 공직자 행동강령은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공직자가 준수해야 하는 윤리규정으로, 헌법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과 국회 공무원 역시 각 기관 규칙에 따라 행동강령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21년째 국회의원만 예외 적용을 받고 있다는 게 권익위 주장이다.

부산대병원과 부산소방재난본부는 권익위로부터 아직 공문을 전달받지 않은 만큼 별다른 입장은 없다는 설명이다. 이들 노조도 권익위에서 관련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각 기관 내부에서는 이 같은 판단에 불만이 분출한다. 애꿎은 부산대병원과 부산소방재난본부 직원들만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공무원은 국민 생명과 신체 및 재산 보호의 원칙에 따라 긴급 이송을 위해 헬기가 필요한 경우라면 언제든 달려가 이송해야 할 의무와 책무가 있다”면서 “정쟁으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만 생기게 됐으며 이는 응급의료 행위를 위축시키는 행위다”고 질타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도 “현장에서 이 전 대표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것뿐인데 이게 특혜인가”라며 “양극화된 정치의 피해는 오롯이 우리가 껴안게 됐다”고 토로했다.

또한 지역에서도 부산 시민만 억울한 피해자가 되게 생겼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당시 불거진 지역의료 홀대론에 맞물리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 전 대표 헬기 이송 당시 지역의료 홀대론이 불거지지 않았느냐”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그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의료진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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