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부른 '전기차 포비아', 미래 대세론에 급제동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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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기차 화재로 불안감 커져
충전 시설 지상으로 옮기기도
판매 회복세 주춤하며 '직격탄'
"대체 배터리 등 돌파구 찾아야"

현대차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코나 일렉트릭’ 주행모습. 현대차 제공 현대차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코나 일렉트릭’ 주행모습. 현대차 제공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전기차 판매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인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로 함께 주차돼있던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고 주민들이 정전·단수 등의 피해를 입으면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금지, 지하주차장 충전설비 지상 이전 등의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6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에 불이 난 전기차는 벤츠 ‘EQE’로 화재 발생 사흘 전부터 계속 주차 중이었고, 배터리는 중국 파라시스의 제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라시스의 배터리 제품은 화재 위험으로 중국 내에서 리콜한 사례가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160건. 아파트를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의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018년 0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증가했다. 지하주차장 화재가 위험한 것은 이번 인천 사례처럼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인근 차량까지 불이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부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입주민들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주차 금지와 함께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기차 주차·충전시설은 100가구 이상 신축 공동주택에선 필수다.

지난해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로 피해를 입은 부산진구 한 아파트의 경우 현재 기존 시설로는 충전을 금지한 상태이고, 지상에 전기충전시설 설치를 추진중이다. 경기 동탄시에 사는 50대 주민은 “인천 화재후 아파트 입주자회에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주차와 충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전기차 소유주들이 많지 않은데 결과가 뻔하지 않겠냐”고 했다.

업계 안팎에선 최근 잇따르고 있는 전기차 화재로 인해 전기차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일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연합뉴스 1일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연합뉴스

지난달 국산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가 회복되는 모습이었고, 올 하반기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과 폴스타의 ‘폴스타4’ 등 신차들도 줄줄이 예정된 상황에서 이번 인천 화재는 향후 수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는 것이다.

한 수입차 업체 딜러 대표는 “당장 계약분 취소가 속출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워낙 큰 사건이어서 고객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 한국수입차협회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실적을 보면 국산차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는 1~6월까지 각각 54.7%, 39.9% 감소했다. 그러나 7월 들어서 반등하는 모습이었다.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과 ‘포터 EV’에 힘입어 전월대비 280대 가량 증가한 3906대를 기록했다.

기아는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V3’ 출시와 ‘레이 EV’ 등의 판매 증가로 6월에 비해 2200여 대 늘어난 5604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EV3는 판매 첫 달인 7월에 1975대가 판매돼 레이 EV(1407대)를 제치고 브랜드 전기차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수입 전기차는 올들어 테슬라를 제외하면 1~7월 판매 실적에서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한 1만 1505대를 기록했다. 7월 판매량도 전월에 비해 5300대 가량 낮은 1906대에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든 배터리 제조사든 전기차 화재로 인한 열폭주 현상을 막는 방법을 찾아내거나 화재에 안전한 대체 배터리를 개발해내지 않으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전기차 부진 장기화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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