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감만동 아카이빙 프로젝트 ‘부식풍경2’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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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진 감독·허경미 무용단
7~11일 시민공원 다솜관서
멀티미디어 이머시브 공연
‘부식된 감만동' 40분간 경험

지난 6일 부산시민공원 다솜 전시관에서 열린 감만동 아카이빙 프로젝트 ‘부식풍경2’ 리허설 모습. 진홍스튜디오·허경미무용단 무무 제공 지난 6일 부산시민공원 다솜 전시관에서 열린 감만동 아카이빙 프로젝트 ‘부식풍경2’ 리허설 모습. 진홍스튜디오·허경미무용단 무무 제공
지난 6일 부산시민공원 다솜 전시관에서 열린 감만동 아카이빙 프로젝트 ‘부식풍경2’ 리허설 모습. 진홍스튜디오·허경미무용단 무무 제공 지난 6일 부산시민공원 다솜 전시관에서 열린 감만동 아카이빙 프로젝트 ‘부식풍경2’ 리허설 모습. 진홍스튜디오·허경미무용단 무무 제공
지난 6일 부산시민공원 다솜 전시관에서 열린 감만동 아카이빙 프로젝트 ‘부식풍경2’ 리허설 모습. 진홍스튜디오·허경미무용단 무무 제공 지난 6일 부산시민공원 다솜 전시관에서 열린 감만동 아카이빙 프로젝트 ‘부식풍경2’ 리허설 모습. 진홍스튜디오·허경미무용단 무무 제공

‘부식돼 비어 버린 공간에 우리는 무엇을 채워야 할 것인가?’ 소멸하거나 사라지는 마을을 기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미디어아티스트 홍석진 감독과 허경미 춤꾼은 최첨단 디지털 기기와 아날로그 몸짓이 만나는 협업으로 주목한다.

‘감만 기억’, ‘워킹 감만’, ‘어반 쉘(Urban Shell)’ 등 예술적인 방법으로 부산 남구 감만동을 아카이빙하고 재구생한 결과물을 꾸준히 선보여 온 홍 감독이 이끄는 진홍스튜디오와 허경미 무용단-무무는 7일부터 11일까지 ‘부식풍경2’로 관객을 만난다. 멀티미디어 이머시브 공연으로 명명된 이 작품은 하루 네 차례, 5일 동안 회차당 단 4명의 관객만 받기에 총 80명이 관람할 수 있다. 3면이 화면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함께 모션그래픽으로 재구성한 ‘부식된 감만동’을 40분간 경험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VR(가상현실)로 구현된 감만동도 만날 수 있다.

앞서 지난 6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내 다솜 전시관에서는 ‘부식풍경2’의 리허설이 진행됐다. 전시관 바닥에는 다양한 모양의 하얀색 지점토 파편이 군데군데 깔려 있었고, 공중에는 3D로 만든 파편 모형이 길게 늘어뜨린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모형들은 재개발이 확정되고 하나둘 사람들이 떠나면서 폐허가 되다시피한 감만동에서 일일이 본뜬 거라고 했다.

4명의 관람객이 정해진 의자에 앉자 하얀 벽에 투사된 영상이 아스라한 기억을 소환하는 듯 아련한 음악과 함께 돌아가기 시작됐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만동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전시관은 순간 이동을 하듯 감만동이 되어 갔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낡은 집과 골목길 풍경만 있는 게 아니라 무용수들이 나타나 한때 그 마을에 살았던 사람들이 되어 부유했다.

지난 6일 부산시민공원 다솜 전시관에서 열린 감만동 아카이빙 프로젝트 ‘부식풍경2’ 리허설 모습. 진홍스튜디오·허경미무용단 무무 제공 지난 6일 부산시민공원 다솜 전시관에서 열린 감만동 아카이빙 프로젝트 ‘부식풍경2’ 리허설 모습. 진홍스튜디오·허경미무용단 무무 제공

영상 속 무용수는 전시관에도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허경미, 허성준, 박소희, 강민아는 부식된 파편을 들고 각자 말했다. 그리고 안내자가 되어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이끌었다. “이것은 감만동에서 가장 큰 대추나무가 열려 있는 파란 대문집 벽면에서 부식된 조각입니다.” “이것은 감만동 가장 좁은 골목길에서 본뜬 부식 조각입니다. 이 조각의 질감은 아스팔트까지 본떠지는 바람에 조금 독특하게 글자까지 있네요.”

한참을 그렇게 바닥에 나뒹구는 부식 조각을 함께 관찰한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준비된 VR 헤드셋을 착용했다. 앞서 벽면에 투사된 영상을 맨눈으로 봤다면, 이번엔 VR로 3차원 입체 영상을 만날 수 있었다. 공중으로 집이 둥둥 떠다닌다. 앞뒤 좌우 위아래 360도로 펼쳐지는 감만동 풍경이다. 와, 아!, 앗, 소리가 절로 나왔다. 맨눈으로 벽에 투사된 영상을 볼 때와는 다르다. 감만동 할머니들 동작을 일일이 채집해서 입혔다는 무용수들 동작도 어눌한 듯하지만 의미가 있다.

지난 6일 부산시민공원 다솜 전시관에서 열린 감만동 아카이빙 프로젝트 ‘부식풍경2’ 리허설 모습. 진홍스튜디오·허경미무용단 무무 제공 지난 6일 부산시민공원 다솜 전시관에서 열린 감만동 아카이빙 프로젝트 ‘부식풍경2’ 리허설 모습. 진홍스튜디오·허경미무용단 무무 제공

7분 남짓 이어지는 VR 속 영상은 현실보다 더 처절하고 아찔했다. 낡은 풍경 뒤로 살짝살짝 드러나는 파란 하늘과 뿌리를 잃고 둥둥 떠 있는 이름 모를 나무와 꽃들이 처연하다. 언젠가는 빈 땅이었을 그곳에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사람들이 떠나고 다시 폐허가 되어가는 모습이 짠하기만 하다.

“남의 집을 10번이나 이사 다니다가 감만동에서 이 집을 샀어요”라는 주민 목소리가 귀에 꽂히는가 싶더니 다시 무용수들이 등장해 춤을 춘다. 관객에게 손을 내밀기도 한다. 이미 상당한 교감이 이루어진 덕분에 그들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온기였다. 다솜관을 떠나면서 홍 감독에게 물었다. “왜, 감만동 작업을 계속하시나요?” 그가 답했다.

지난 6일 부산시민공원 다솜 전시관에서 열린 감만동 아카이빙 프로젝트 ‘부식풍경2’ 리허설 모습. 진홍스튜디오·허경미무용단 무무 제공 지난 6일 부산시민공원 다솜 전시관에서 열린 감만동 아카이빙 프로젝트 ‘부식풍경2’ 리허설 모습. 진홍스튜디오·허경미무용단 무무 제공

“작업실이 감만동에 있어서 2018년 시작했는데 재개발에 대한 성찰인 거죠. 현대의 도시는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봐요. 재개발이 확정되면 기존 마을은 흔적도 없이 소멸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마을이 들어서게 되죠. 결과적으로 그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문맥은 끊어지는 거고요. 우리는 감만동 지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연속성을 부여하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하반기에는 감만동 식생들을 아카이빙 할 예정입니다.”

공연 관람은 네이버를 통해 전석 예매로 진행하고, 관람료는 1만 원이다. 장소는 부산시민공원 다솜 전시관이고, 공연 시간은 7~9일 오후 4·5·7·8시, 10~11일 오후 2·3·5·6시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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