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까지 쏜 올림픽 사격 [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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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남자 결선에 진출한 최대한이 과녁을 조준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남자 결선에 진출한 최대한이 과녁을 조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Olympics) 공식 SNS 갈무리 올림픽(Olympics) 공식 SNS 갈무리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사격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다. 공기권총 10m 여자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김예지(31·임실군청)는 올림픽 이전에 치른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25m 권총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도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권총을 동요 없이 만지는 모습이 재발견되면서 주요 외신들의 주목까지 받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시 경기 동영상이 올라오자 테슬라 최고경영자이자 엑스(X·구 트위터) 소유주 일론 머스크까지 나서서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는 필요하지 않다"는 찬사를 댓글로 남길 정도였다.

사격의 매력에 빠져든 누리꾼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튀르키예의 남자 선수 유수프 디케츠(51)를 찾아냈다. 이번 올림픽 공기권총 10m 혼성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그는 우리가 평소 접하던 사격 선수들의 모습과 유독 달랐다. 디케츠는 소음을 차단하는 헤드폰 모양의 귀마개, 한쪽 눈의 시야를 가리는 특수 렌즈 등의 첨단 보호장구를 일절 착용하지 않은 채 가벼운 복장으로 오로지 권총만 들고 사로에 섰다. 흰색 티셔츠를 입고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 평소 쓰는 일반 도수 안경에만 의존해 과녁을 응시하는 경기 모습은 고득점을 노리며 각종 장비를 갖추고 나선 타국 선수들과 비교됐다.


듀플랜티스(가운데)가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듀플랜티스(가운데)가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전직 군인 출신에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조국을 대표해 5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한 베테랑이라는 사실과 SNS에 반려묘 사진도 올린다는 소소한 그의 일상까지 전해졌다. 급기야 올림픽 공식 SNS에도 "우리가 필요로 한지 몰랐던 올림픽 사격 스타들"이라며 디케츠와 김예지의 모습이 나란히 소개됐다. 당시 생중계 화면이 온라인에서 밈으로 널리 퍼진 가운데, 이번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다른 종목 선수들도 이를 유쾌하게 즐기는 모습이다. 지난 6일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아먼드 듀플랜티스(24·스웨덴)는 우승 기념 사진을 찍으면서 '권총 사격' 자세를 흉내내기도 했다.

높은 화제성만큼 두 선수를 향한 팬 아트와 각종 패러디물도 연일 쏟아진다. 이른바 '2차 창작물'로서 인용된 캐릭터에 대한 배경지식이 적으면 세부적인 요소를 모두 즐기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작화 수준이나 유머러스함은 유명 매체에 실리는 일러스트레이션이라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심지어 새로 나온 작품에서는 등장하는 사격 선수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신스틸러'로 제일 먼저 꼽히는 인물이 대한민국의 최대한(19·경남대)이다. 남자 공기소총 선수로는 20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올라간 그의 복장과 보여준 사격 자세가 마치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연상시킬 만큼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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