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살린 경상수지… 6년 9개월 만에 최대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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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2억 6000만 달러 흑자
반도체 수출 역대 최대 기록
상반기 전망보다 크게 웃돌아
"하반기도 흑자 기조 이어져"
미 경기·AI 둔화 등 리스크도

반도체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6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로 가득 찬 부산항 신항 전경. 부산일보DB 반도체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6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로 가득 찬 부산항 신항 전경. 부산일보DB

반도체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6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122억 6000만 달러(약 16조 890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7년 9월(123억 4000만 달러) 이후 6년 9개월 만의 최대 규모 흑자다.

 한은 송재창 금융통계부장은 “인공지능(AI) 관련 전방산업 수요 확대, 메모리 가격 상승 등으로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수출 호조세가 지속됐다”며 “반면 내수 회복 지연에 반도체 제조용 장비, 승용차 등을 중심으로 상품 수입 감소 폭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는 377억 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억 5000만 달러)과 비교해 대폭 개선됐다. 이는 기존 경상수지 전망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기도 하다. 앞서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상반기 279억 달러, 하반기 321억 달러로 연간 6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6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가 114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폭도 2020년 9월(120억 2000만 달러) 이후 가장 컸다. 수출은 588억 2000만 달러로 지난해 6월(541억 3000만 달러)보다 8.7% 늘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째 증가세다.

 한은은 하반기에도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송 부장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투자 소득도 양호한 수준으로 유입되면서 당분간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국 경기, AI 투자 둔화 가능성, 주요국 통화정책방향, 미국 대선과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품목 중에는 반도체(50.4%), 정보통신기기(26.0%), 석유제품(8.5%), 승용차(0.5%) 등이 증가했고, 지역별로는 동남아(27.9%), 미국(14.8%), 중국(1.8%) 등으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반대로 기계류·정밀기기(-1.4%), 화공품(-7.5%), 철강 제품(-18.0%) 등은 감소했고, 일본(-6.8%), EU(-18.3%) 등에 대한 수출도 뒷걸음쳤다.

수출과 달리 수입은 473억 5000만 달러로, 1년 전(502억 2000만 달러)보다 5.7% 줄었다. 철강재(-18.9%), 화공품(-20.6%), 석탄(-25.9%) 등을 중심으로 원자재 수입이 6.6% 줄었다. 반도체(-4.9%), 반도체 제조 장비(-24.1%) 등 자본재 수입과 곡물(-20.3%), 승용차(-44.1%) 등 소비재 수입 역시 축소됐다.

서비스수지의 경우 16억 2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가 1년 전(-26억 4000만 달러)보다 줄었지만, 한 달 전(-12억 9000만 달러)보다는 커졌다. 서비스수지 중에서는 특히 여행수지가 9억 달러 적자였다. 여행 수입이 여행 지급보다 더 크게 줄면서 적자 폭이 5월(-8억 6000만 달러)보다 확대됐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서비스수지 내 지적재산권수지는 한 달 사이 1억 달러 흑자에서 4억 6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본원소득수지는 5월 17억 6000만 달러에서 6월 26억 9000만 달러로 흑자 폭이 확대됐다. 외국인에 대한 분기 배당 영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6월 중 122억 4000만 달러 늘어 2020년 10월(187억 5000만 달러)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48억 9000만 달러 증가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3억 7000만 달러 감소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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