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베스트팀 특진 취소된 울산 지구대…‘112 재신고 꼼수’ 들켰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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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신고 12시간 내 검거로 조작
주요 파출소·지구대로 조사 확대

울산경찰청 전경. 부산일보DB 울산경찰청 전경. 부산일보DB

속보=전국 경찰 베스트팀에 선정됐다가 돌연 특진이 취소된 울산 신정지구대 3팀(부산일보 지난 2일 자 10면 보도)이 ‘112 재신고 꼼수’로 범인을 검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조작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청이 울산 주요 파출소·지구대를 상대로 비슷한 규정 위반 사례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어 파장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역 경찰의 잘못된 실적 부풀리기 관행은 아닌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신정지구대 3팀은 112 신고 접수 후 범인 검거까지 소요 시간을 12시간 이내로 단축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다시 신고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예컨대 지구대 팀원들이 112에 최초 절도 신고가 접수된 후 피의자를 특정했으나 이미 12시간을 지난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수사상 필요하다”며 다시 112로 신고하도록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런 112 재신고 유도 행위가 여러 건 된다고 알려졌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112 신고 후 12시간 내 검거’는 통상 매년 11월 경찰서에서 소속 지구대를 평가할 때 현장검거건수에 반영하는 항목으로, 이번 경찰청 주관 지역경찰 베스트팀 선정 기준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지역 경찰관들 사이에선 “신정지구대가 하반기 지역경찰서 평가까지 염두에 두고 ‘112 신고 후 12시간 내 검거’로 실적을 무리하게 포장하다가 정작 베스트팀 특진까지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정지구대 3팀은 지역경찰 베스트팀 4위에 올라 5명 특진을 거머쥐었으나 임용 이틀을 앞둔 지난달 31일 갑자기 모든 포상이 취소됐다. 경찰청은 “규정과 절차를 위반한 일부 사례가 있다”며 자세한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경찰청이 베스트팀 대상자를 발표한 뒤 신정지구대 공적과 관련된 투서 등을 받고 재검증을 하면서 이번 112 재신고 유도 행위를 적발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112 재신고 유도 행위가 규정·절차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찰청이 밝히지 않은 다른 특진 취소 사유가 더 있을 수도 있다.

경찰청은 신정지구대 특진 취소 이후 ‘지역경찰 현안업무와 관련’이라는 이유로 울산지역 주요 지구대·파출소를 대상으로 지난 6~7월 두 달간 죄종을 불문하고 검거한 모든 사건에 대한 검거보고서, 발생보고서, 112 신고사건 처리표 등을 취합해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일선 현장에 112 재신고 유도 등 잘못된 실적 부풀리기 관행이 자리 잡은 건 아닌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경찰 베스트팀 선정에 있어 허술한 검증 시스템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울산지역 지구대 소속 모 경찰관은 “이번 베스트팀 선정 과정에서 왜 이런 문제가 제대로 걸러지지 못했는지 본청 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공적 검증에 실패하고 성급하게 특진 팀을 발표하면서 논란을 키웠다는 얘기다.

한편 울산경찰청은 이 사안과 별개로 신정지구대를 상대로 복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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