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한민국 지키고 키운 부산, 다시 기회의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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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호 마이스부산 대표·코리아스타트업 포럼 동남권성장센터장

북항 1부두 ‘글로벌 창업허브’ 조성
국·시비 318억 원 들여 시설 건립

변화 통해 미래를 만드는 스타트업
시와 협력해 창업 산실로 만들어야

청년 찾고 지역소멸 막는 공간 되길

7월 25일 정부의 ‘글로벌 창업허브’ 사업에 선정돼 관련 시설이 들어설 부산항 북항 1부두. 부산일보DB 7월 25일 정부의 ‘글로벌 창업허브’ 사업에 선정돼 관련 시설이 들어설 부산항 북항 1부두. 부산일보DB

정부 발표를 손꼽아 기다린 지 한 달이 넘어서야 낭보가 들려왔다. 지난달 25일 부산이 7개 광역지자체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창업허브’로 선정됐다. 이는 부산시와 관계자 모두 최선을 다한 결과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동남권협의회도 꾸준히 북항에 창업공간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해온 터라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부산항 북항 1부두를 서울 홍익대 인근과 함께 세계 창업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부산시는 국비 126억 원 등 318억 원을 들여 북항 1부두 물류창고를 개축해 2026년 상반기 중 ‘글로벌 창업허브 부산’을 개소하게 된다.

부산은 6년 전 전국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기업지원센터를 영도에 유치했다. 이곳은 전국 8개 센터 중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2020년에는 부산이 5년간 1500억 원이 투입되는 국내 유일 국제관광도시로도 선정돼 외국인 전용 관광패스인 ‘비짓부산패스’를 선보이는 등 국제적 관광도시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글로벌 창업허브 선정은 디캠프 스타트업 부산라운지, 산업은행 동남권투자금융센터의 개소에 이어 부산이 스타트업하기 좋은 도시로 성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를 지킨 피란수도인 부산과 고도 경제성장의 수출 전진기지였던 부산항 1부두가 다시 한번 기회의 땅이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2015년부터 부산에서 운영된 ‘미래전략캠퍼스’가 중요하게 다룬 내용이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다. 그동안 조영태 서울대 교수 등 인구 분야 전문가들의 주제발표를 통해 인구가 줄어들 미래와 대응 방안을 고민했지만, 현실적인 해법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부산은 현재 인구가 328만 명인데, 매년 2만 명가량 줄고 있으며 2035년 200만 명대가 될 전망이다. 매년 1만 명 가까운 부산 청년이 수도권 등지로 빠져나가는데, 단순한 계산으로 2조 원 정도의 경제인구가 매년 유출되는 셈이다. 부산시 1년 예산이 15조 원이고 부산교육청이 5조 원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손실이다. 게다가 1만 명이면 매년 9000억 원 이상의 생산인구로 활동할 수 있는 지역 인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 정도면 부산 10대 기업이 매년 1개씩 없어진다고 보면 된다.

올해는 코스포 동남권협의회 창립 5주년이다. 이보다 앞서 2016년 출범한 코스포는 8년간 전국 회원사 2300개가 넘는 한국 대표 스타트업 단체로 자리 잡았다. 부산을 포함한 동남권 회원사도 370개로 크게 늘었다. 스타트업은 왜 모여야 시너지가 날까? 젊은 창업가들은 오늘 만나서 의기투합하면 내일 바로 실행하는 사람이다.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 일단 해보고 빠르게 수정하는 점이 특징이다. 성공한 스타트업 대부분은 그렇게 성장해 왔다. 남들보다 2배 빠르게, 2배 많이 일하며 4배속으로 성장한다. 시장의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정의하고,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함으로써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다. 부산에서 시작된 브이드림, 센디, 푸드팡이 그런 스타트업이다. 기존 방식대로 하면 새로운 기회는 없다.

교육, 부동산, 정치 등 어느 것 하나 변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개인도 오랜 습관을 바꾸려면 상당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데, 국가는 오죽하겠는가. 멀리서 보이던 급커브길이 이제 코앞이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버스의 핸들을 바른 방향으로 잘 잡지 않으면 낭패가 예상된다. 자칫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커브길에 대비해 불편함과 고통을 감수하고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 스타트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경제성장을 목표로 살아온 세대와 태어나면서 휴대폰을 쥐고 자란 세대가 공존한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세대 간, 산업 간 갈등이 심하다. 이제 부산 북항에서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며 우리 미래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때다. 이를 위해 북항 1부두에 들어설 글로벌 창업허브의 성공이 요구된다. 여기에 스타트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민관협력이 필수적이다. 핀란드의 세계 최대 스타트업 행사 ‘슬러시’,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 ‘컴업’을 봐도 민간 주도가 답이다. 1부두가 수많은 창업가가 몰려들어 부산과 경제를 발전시키는 세계적인 공간으로 변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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