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냉방에 기생해 다시 득세한 코로나19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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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에 에어컨 상시 가동 늘자
코로나 환자만 4주 동안 5배 폭증
호흡기 질병 등 각종 전염병 창궐
온열질환 사망자까지 17명 발생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로 냉방기 가동이 늘면서 호흡기 감염병이 확산되고 있다. 7일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아래)와 편의점에 진열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위). 연합뉴스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로 냉방기 가동이 늘면서 호흡기 감염병이 확산되고 있다. 7일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아래)와 편의점에 진열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위). 연합뉴스

에어컨 없이 버티기 힘든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냉방기기 가동으로 호흡기 감염병 확산이 쉬운 환경이 조성됐고, 무더위에 마스크마저 쓰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자, 코로나19를 비롯해 수족구병, 백일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등 호흡기 감염병 환자가 폭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입원환자 5배 폭증

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는 465명으로 직전 주의 226명에 비해 2배 증가했다. 7월 첫 주의 91명에 비하면 약 5.1배 증가한 상황이다. 겨울철 유행에 이어 다시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가 다시 유행 조짐을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파리 올림픽에서 최소 40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현재 코로나19 유행은 오미크론 하위 변종인 ‘FLiRT’가 이끌고 있다. KP.3, KP.2, KP.1.1 등을 포함하는데, 최근 한국에서는 미국을 휩쓴 KP.3 변이의 검출률이 높다. 여러 증상이 있는데 끊이지 않는 기침과 인후통이 주요 특징이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편의점에서 자기진단키트를 찾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CU에 따르면 자기진단키트 매출이 지난달보다 132% 급증했다. 특히, 이달 1~5일 판매량을 살펴보면 지난달 같은 시기와 비교해 무려 833%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제주가 316.4%로 높았고, 전남 246.9%, 부산 236.1%, 경남 198.4%, 울산 186.7% 순이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법정 제4급 감염병으로 단계가 낮아지면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면 검사 비용을 자부담해야 하는 만큼, 저렴하고 확인이 간단한 키트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철저한 개인·집단 방역으로 유행이 억눌렸던 호흡기 감염병도 다시 유행하고 있다. 특히, 영유아 등 집단생활을 하면서 감염에 취약한 집단에서 수족구병, 백일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등이 대대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질병청이 운영하는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발작적인 기침이 이어지는 백일해의 경우 지난달 의사 환자 수가 1만 548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지난 6월 24일부터 유행주의보가 발령 중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역시 과거 5년과 비교해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이 감염병으로 7월 셋째 주 기준 738명이 병원에 입원했다. 질병청은 지난달 30~31일 채집한 말라리아 매개 모기에서 삼일열원충이 확인돼 7일 자로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도 내렸다.

■폭염·열대야가 호흡기 감염 영향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는 호흡기 감염병 확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부산 기준으로 6일까지 폭염은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열대야는 지난달 20일 첫 발생했고, 6일까지 13일째 현재진행형이다. 경남 양산에서는 지난 3일 일 최고 기온이 39.3도까지 올라 양산의 역대 8월 일 최고 기온을 찍었다.

전문가는 호흡기 감염병 재유행이 무더위와 큰 영향이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이후에도 고령층을 중심으로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끼는 경향이 이어졌는데, 마스크를 쓰기 어려울 만큼 온도가 올라가자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조차 마스크를 안 쓰기 시작했다.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날씨가 이어지면서 밤새 냉방을 하는 경우가 많아 호흡기 감염병이 확산하기 위한 환경이 절로 조성됐다는 점도 꼽았다.

동아대병원 가정의학과 한성호 교수는 “코로나19 고위험군인 고령층, 면역질환자 등이 야외에서는 어쩔 수 없어도 적어도 대중교통, 공공장소에서는 KF94 이상의 마스크 쓰기를 권장한다”면서 “에어컨을 가동하더라도 1시간에 한 번씩 환기하면 가장 좋고 어렵다면 최대한 환기 횟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온열질환자 증가세도 가파르다. 행정안전부 국민안전관리 일일상황 보고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111명, 5월 20일부터 누적 온열질환자는 1810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온열질환자 1774명보다 많다. 다만 올해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1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명보다는 적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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