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이어 전기료·반도체법…정책 여론전 전면에 선 한동훈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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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대야 압박 이어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 사흘 만에 관철
여론 공감대 높아 야당 반대하기 까다로운 정책 먼저 선보여
‘탄핵·특검’ 민주당과 차별화 시도하며 입법 주도권 확보 셈법
당정 관계서도 정책 이끌며 당내 리더십 공고화 의도 깔린 듯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외’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이어 8일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과 반도체 특별법 당론 추진을 직접 발표하며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세 가지 정책 모두 여론 공감대가 높아 거대 야당도 대놓고 반대하기 어렵다는 게 특징적이다. 취임 일성으로 ‘변화’를 강조한 한 대표가 민생을 챙기는 집권 여당’의 면모를 부각해 ‘특검·탄핵’에 주력하는 야당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당정 관계에서도 정책 주도권을 쥐고 나가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에너지 취약계층 130만 가구를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1만 5000원 추가 지원하는 방안과 박수영 의원 등 당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을 취합 조정해 당론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직접 발표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고통에 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원칙을 지키면서 신속하게 반응하는 것이 민생”이라며 “국민의힘은 그런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 회의에서 취약계층 전기료 부담 완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이에 추경호 원내대표는 한국전력의 누적된 적자 상황을 고려해 추가적인 전기료 지원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 대표는 기존에 책정된 에너지바우처 예산 잔액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원내 지도부와도 협의를 마치며 전기료 감면을 관철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기료 감면에 대한 당내 이견과 관련해 “취약계층 지원이 필요하다는 민생 정책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정부와도 협의하고 있고 거의 마무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료 지원은 한 대표가 강조하는 ‘격차 해소’와 ‘약자의 편에 서는 정치’에 부합하는 정책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재명 전 대표의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급법)에 대해서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의 측근인 장동혁 최고위원 역시 “우리가 그냥 반대만 하면 국민들은 오히려 ‘야당이 서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챙기려고 하는데 여당이 자꾸 반대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대안으로 25만원을 지급하되 어려운 국민들만 두텁게 지급하고, 효과가 의문인 지역화폐 대신 효과가 제대로 날 수 있는 다른 방식으로 지급하자고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기존 당정의 방식대로 민주당 정책이라면 “포퓰리즘”이라고 경직되게 반대하기 보다 여당 색깔을 입히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수용해 협치 이미지도 선점하고, 취약계층과 중도층으로 지지층 확장도 꾀하겠다는 셈법으로 읽힌다.

반도체 특별법 추진 역시 ‘국가 발전이 정치의 목적’이라고 밝힌 한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송석준·박수영·고동진 등 의원들이 발의한 반도체 산업 지원 관련 개별 법안을 하나로 묶어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표가 이번에 던진 정책들은 찬성 여론이 높거나 기존에 민주당이 주력해온 사안이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야당이 섣불리 반대만 하기에는 까다로운 정책 이슈를 제시해 정책 주도권을 되찾고, 나아가 정국 주도권까지 자연스럽게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원외인 한 대표로서는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당정 관계를 주도하고, 당내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포석도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가 적극적인 민생 행보에 나서면서 실제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원내 지도부와의 조율은 더욱 중요해졌다. 앞서 전기료 감면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두고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한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인 추 원내대표의 시각차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일단 초기 흐름은 한 대표가 이끌어가는 양상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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