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키즈’ 박태준, 스승보다 시상대 더 높이 섰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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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kg급 한국 선수 최초 우승
월드그랑프리·세계선수권 제패
강호 꺾어 ‘태권도 초신성’ 별명
초등 입학 전 동네 도장서 시작
이 코치 “이렇게 빨리 클 줄 몰라”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전에서 박태준(오른쪽)이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와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전에서 박태준(오른쪽)이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와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준(경희대)은 그의 ‘롤 모델’ 이대훈(대전시청) 코치의 영향 덕분에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다.

박태준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이 코치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68㎏급에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 코치는 당시 훌륭한 스포츠 정신을 보여줘 박태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코치는 8강에서 상대한 다크호스,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패한 뒤 그의 손을 번쩍 들어주며 승리를 축하해 줬던 것이다.

이 코치는 리우 대회 패자부활전에 출전해 자우아드 아찹과 맞붙어 동메달을 쟁취했다.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올림픽에서 아쉬움을 떨친 이 코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3연패 금자탑을 쌓았다.

박태준은 이 코치의 길을 좇기 위해 이 코치의 모교였던 한성고에 진학했다. 그는 고교 시절 이 코치한테 조언을 부탁했고, 이 코치는 학교를 방문해 박태준을 성심껏 지도했다.

박태준은 고1 때 신장이 170㎝였고, 180㎝까지 자랐다. 그는 고3 때인 2022년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경량급의 새 기대주로 떠오른 박태준은 2022년 10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월드그랑프리 시리즈에 처음 출전해 58㎏급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20 도쿄 올림픽의 금·은메달리스트 등 당시 기준으로 해당 체급 올림픽 랭킹 2, 3, 4, 7위의 강호를 모두 꺾으며 첫 무대부터 국제 경쟁력을 제대로 입증했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도 주목 받는 선수였다. 박태준은 54㎏급 결승에서 아리요 바스케스(스페인)를 제압하고 금메달을 땄다. 이때의 우승으로 ‘태권도 초신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박태준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올림픽까지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사실 박태준은 한때 태권도를 그만두려 한 적도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동네 도장을 다니며 태권도를 시작했다. 이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겨루기를 했다. 박태준은 선수 생활을 시작했을 때 거듭되는 훈련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복을 벗겠다고 부모에게 알리기도 했다.

결국 흔들리던 박태준을 바로 잡은 사람이 이 코치였던 셈이다. 그는 첫 출전부터 이 코치를 넘어 남자 58㎏급 최초의 금메달을 한국 태권도에 안기는 것으로 톡톡히 보답했다. 고교 선배이자 롤 모델인 이 코치가 올림픽에서 가장 높게 올라간 곳은 시상대 2등 자리였다. 이 코치는 2012 런던 대회 때 박태준과 같은 58㎏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 박태준은 부상당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를 부축해 이 코치처럼 스포츠맨십도 금메달급이었다.

이 코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봤을 때 되게 귀엽고 조그마했는데, 완전 ‘아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내 고등학교 때 지도자분께서 언젠가 그 초등학생을 보고 ‘무조건 데리고 와야 한다’고 하셨다”며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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