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키즈’ 박태준, 스승보다 시상대 더 높이 섰다
58kg급 한국 선수 최초 우승
월드그랑프리·세계선수권 제패
강호 꺾어 ‘태권도 초신성’ 별명
초등 입학 전 동네 도장서 시작
이 코치 “이렇게 빨리 클 줄 몰라”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준(경희대)은 그의 ‘롤 모델’ 이대훈(대전시청) 코치의 영향 덕분에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다.
박태준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이 코치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68㎏급에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 코치는 당시 훌륭한 스포츠 정신을 보여줘 박태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코치는 8강에서 상대한 다크호스,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패한 뒤 그의 손을 번쩍 들어주며 승리를 축하해 줬던 것이다.
이 코치는 리우 대회 패자부활전에 출전해 자우아드 아찹과 맞붙어 동메달을 쟁취했다.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올림픽에서 아쉬움을 떨친 이 코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3연패 금자탑을 쌓았다.
박태준은 이 코치의 길을 좇기 위해 이 코치의 모교였던 한성고에 진학했다. 그는 고교 시절 이 코치한테 조언을 부탁했고, 이 코치는 학교를 방문해 박태준을 성심껏 지도했다.
박태준은 고1 때 신장이 170㎝였고, 180㎝까지 자랐다. 그는 고3 때인 2022년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경량급의 새 기대주로 떠오른 박태준은 2022년 10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월드그랑프리 시리즈에 처음 출전해 58㎏급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20 도쿄 올림픽의 금·은메달리스트 등 당시 기준으로 해당 체급 올림픽 랭킹 2, 3, 4, 7위의 강호를 모두 꺾으며 첫 무대부터 국제 경쟁력을 제대로 입증했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도 주목 받는 선수였다. 박태준은 54㎏급 결승에서 아리요 바스케스(스페인)를 제압하고 금메달을 땄다. 이때의 우승으로 ‘태권도 초신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박태준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올림픽까지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사실 박태준은 한때 태권도를 그만두려 한 적도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동네 도장을 다니며 태권도를 시작했다. 이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겨루기를 했다. 박태준은 선수 생활을 시작했을 때 거듭되는 훈련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복을 벗겠다고 부모에게 알리기도 했다.
결국 흔들리던 박태준을 바로 잡은 사람이 이 코치였던 셈이다. 그는 첫 출전부터 이 코치를 넘어 남자 58㎏급 최초의 금메달을 한국 태권도에 안기는 것으로 톡톡히 보답했다. 고교 선배이자 롤 모델인 이 코치가 올림픽에서 가장 높게 올라간 곳은 시상대 2등 자리였다. 이 코치는 2012 런던 대회 때 박태준과 같은 58㎏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 박태준은 부상당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를 부축해 이 코치처럼 스포츠맨십도 금메달급이었다.
이 코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봤을 때 되게 귀엽고 조그마했는데, 완전 ‘아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내 고등학교 때 지도자분께서 언젠가 그 초등학생을 보고 ‘무조건 데리고 와야 한다’고 하셨다”며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