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임박… 가자지구서 대량 살육전 우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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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협상 없다. 힘으로 중동 변화,
이번 전쟁 문명과 야만의 대결” 규정
하마스 “이스라엘군 종이호랑이” 자극
가자지구선 고사작전 식량·연료 끊겨

10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피란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피란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본격적인 ‘피의 보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가자지구 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길고 어려운 전쟁”을 예고한 데 이어 9일(현지 시간)에는 “힘으로 중동을 변화시키겠다”는 공표를 한 만큼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이스라엘과 미국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금은 협상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나약함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무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같다면서 이번 전쟁을 문명 세계와 야만의 대결로 규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려 하거나 지상 작전에 나서지 말라고 설득하지는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앞서 미국은 세계 최대 핵항모를 동지중해에 재배치하며 이스라엘에 전폭지원을 약속했다.


9일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 마을 카프르 킬라에서 한 남성이 팔레스타인과 헤즈볼라 깃발을 함께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 마을 카프르 킬라에서 한 남성이 팔레스타인과 헤즈볼라 깃발을 함께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또 이스라엘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휘부에 대한 암살 작전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당국자는 “서방이 다에시(IS를 모욕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를 대할 때 했던 것처럼 하마스를 겨냥해 모든 방면에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 대대적인 반격 작전에 나설 경우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수십년간 팔레스타인과 충돌해온 이스라엘이 그간 전면적인 지상전을 피해 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레바논 베이르투에 주재하는 하마스 고위급 간부 알리 바라케는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약간의 성과와 수감자 교환을 계획했는데 이 같은 엄청난 붕괴에 놀랐다”며 “이 군대(이스라엘군)는 종이호랑이였다”고 이스라엘을 자극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보유한 4만 병력 중 2000명 정도만 동원된 크지 않은 규모의 작전이었는데, 이스라엘군의 방어 체계가 겉보기보다 허술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하마스가 최소 1년간 이번 공격을 준비했으며, 하마스가 지난 7일부터 이스라엘로 날려보내고 있는 로켓과 드론 4000대 이상을 제조하는 데 이란이 기술적 도움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을 따라 ‘제2의 전선’이 형성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보다 더 강력한 헤즈볼라의 개입을 전제로 함을 의미한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레바논 국경의 전선이 우려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가자지구에 집중해 강력 대응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앞서 레바논 남부에 근거를 둔 무장세력 헤즈볼라는 8일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에 있는 이스라엘군 기지를 향해 로켓을 발사했고 이스라엘군은 다음 날 레바논 국경을 통해 이스라엘로 침투하려는 무장세력 여러 명을 사살했다.

한편,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이 전면 봉쇄를 선언하면서 곧 식량과 연료, 의약품이 바닥나는 인도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고사작전으로 이미 전기와 인터넷은 끊긴 상태다.

이날 영국 일간지 가디언, BBC방송 등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하마스와 교전 사흘째인 이날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봉쇄를 지시했다”면서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통치가 시작된 2007년부터 16년간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물자 이동을 제한해왔다. 이 때문에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주민 230만 명의 80%는 지금껏 인도적 지원에 의존해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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