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편집국] “꿈은 가수 데뷔, 그리고 엑스포 유치”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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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편집국] 부산 캐릭터 ‘부기’ 집중 해부

긁어모은 예산 4000만 원으로 제작 돌입
관련 논문 100편 등 수개월 연구 끝 탄생
부산 엑스포 홍보 캐릭터 지정되며 날개
조례 제정 땐 음원 발매 등 활동 넓어져

캐릭터 전성시대다. 2019년 EBS 캐릭터 펭수에서 시작된 캐릭터 열풍이 지자체까지 휩쓸고 있다. 부산에도 키 2m, 몸무게 100kg의 갈매기 ‘부기’가 있다. 부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부기지만 그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부산시청 천덕꾸러기에서 2030세계박람회 공식 홍보 캐릭터로 급성장한 부기. 그를 만들고 세상에 알린 부산시 뉴미디어과 하승민 과장, 성민영 주무관의 이야기를 부기의 시각으로 각색해 부기의 삶을 들여다봤다.



부기와 ‘부기 아빠’ 하승민 과장, ‘부기 엄마’ 성민영 주무. 김종진 기자 kjj1761@ 부기와 ‘부기 아빠’ 하승민 과장, ‘부기 엄마’ 성민영 주무. 김종진 기자 kjj1761@

안녕, 나는 부기. 내 이름은 부산 갈매기의 줄임말에서 지어졌어. 나이는 스무 살로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아. 항상 청춘 한가운데에 있어.

나는 지금 아빠, 엄마와 같이 부산시청 뉴미디어과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어. 내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공식으로 데뷔한 2021년부터야.

나는 사실 태어날 때까지도 큰 환영을 받지 못했어. 오죽하면 캐릭터 실패를 예견하면서 주위에서는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라고 말할 정도였대. 캐릭터 제작에 투입된 공무원은 엄마를 포함한 단 2명. 이마저도 캐릭터 제작의 ‘캐’도 모르는 문외한이었지. 부산시가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도 아닌 탓에 다른 사업에서 예산을 떼어오기도 해서 모은 4000만 원이 내 제작비였어. 보통 캐릭터 하나 만드는 데 최소 1억 원은 드는데 나는 최저가로 제작이 시작됐지.

엄마는 공무원답게 다른 지자체 캐릭터 개발 선례부터 학계 관련 논문을 독파하기 시작했어. 엄마는 ‘너를 낳느라고 논문 100편을 읽었다’며 내가 애 먹일 때마다 말씀하셔.수개월의 연구가 이어졌고 나를 포함해 로봇처럼 변신하는 컨테이너, 사람 모습의 동백꽃, 고등어 모양의 캐릭터가 새 캐릭터 후보로 압축됐어. 하지만 ‘부산 하면 갈매기 아이가’라는 목소리가 가장 컸고, 내가 사랑하는 시민들이 설문조사에서 90표로 나를 압도적으로 지지해서 내 데뷔가 결정됐어.

갈매기라고 다 같은 갈매기는 아니야. 탄탄한 세계관이 중요한 법이지. 태어나자마자 몸이 100kg일 수는 없으니, 나의 탄생 시기는 대한민국과 부산이 열광하던 2002년 월드컵 시기로 정해졌대. 대한민국 4강 신화의 첫 시작인 6월 4일 부산 아시아드경기장. 나의 고향이야. 당시 나는 부산 아시아드경기장 지붕에서 알 상태로 있었는데, 황선홍 선수의 첫 골이 들어갈 때 함성에 놀라서 알을 깨고 태어났어. 엄마 말로는 월드컵 본선 첫 승이 다름 아닌 부산에서 일어난 점이 나의 탄생 설화에 많이 고려됐다고 해. 당시 국민의 기쁨 속에 태어난 내가 그날의 기쁨을 다시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의도가 담겨 있어.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왔지만, 세상은 혹독했어. 개발에 모든 돈을 쏟아부은 탓에 데뷔를 위한 홍보 활동이 어려웠어. 엄마, 아빠는 고민 끝에 나를 야구장에 세우기로 했대. 2021년 4월 16일, 그날은 박형준 부산시장의 시구 날이었어. 나는 방망이를 쥐고 타석에서 멍하니 서 있었지. 갈매기 인생도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다음날부터 SNS에 내가 알려지기 시작했어. “저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은 누구냐” “귀여운 저 캐릭터는 뭐냐.”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기분이 이런 것일까. 하지만 인기는 매우 부담스러웠어. 변변한 활동비도 없었기 때문이야. 다행히 부산 시민들의 SNS에서 비롯된 나의 인기로 여러 회사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 왔어. 인기 애니메이션 신비 아파트 출연이나 펭수 선배와 함께 활동하는 기회도 찾아왔지. 엄마, 아빠는 나의 스케줄을 짜느라 바빠지기 시작했어. 지금 나와 함께 일하는 업체도 점점 늘어 65개나 될 정도야.

여러 지자체에 있는 캐릭터 친구들이 그렇겠지만 지자체가 캐릭터를 활용하기에는 많은 조건이 필요해. 먼저 조례 제정이야. 부산 소통 캐릭터를 규정하는 조례가 없는 탓에 시가 내 활동으로 어떠한 수익도 낼 수가 없대. 이 문제만 해결되면 애니메이션, 음원 발매 등 다양하게 활동을 넓혀나갈 계획이야. -부기가


▶부기의꿈

내가 ‘월드스타’가 되기 위해 꼭 이뤄져야 하는 일도 있어. 바로 부산에 월드엑스포를 유치하는 거야. 지난해 11월 28~29일 이틀 동안 나의 모습을 본뜬 8m 크기의 부기가 유람선을 타며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홍보했지. 지난 4월 4일 부산역에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시단을 맞이하기도 했어. 이 몸의 인기는 국적을 가리지 않아서 그때도 ‘귀엽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가장 최근에는 유엔총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미국으로 가서 내 매력을 통해 월드엑스포 개최지로서의 부산 매력을 알렸지. 큰 몸뚱이로 비행기를 타는 일은 힘들지만, 부산에 월드엑스포가 유치될 때까지 내 열정은 멈추지 않을 거야.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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