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상전에 수만 명 투입 예고 ‘2006년 이래 최대’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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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가자지구 점령 시도
가자 주민엔 “대피하라” 최종통보
‘게릴라전’ 하마스 진압 난항 예상
러, 전쟁 비난 안보리 결의 요청

13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당나귀와 수레 등을 이용해 피란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당나귀와 수레 등을 이용해 피란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상대로 한 가자지구 지상전에 수만 명의 병력을 투입해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침공에 나설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번 군사 작전은 이스라엘이 앞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자국 병사를 납치한 일에 대응해 레바논을 침공한 2006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08년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내전을 벌인 1차 가자전쟁 이후 처음으로 가자지구 점령을 시도하는 전쟁이 된다.

지상군 투입에 앞서 이스라엘군(IDF)은 15일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이날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7시)까지 대피하라고 최종통보했다. IDF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앞서 가자시티와 가자지구 북부 주민에게 안전을 위해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며 “이스라엘군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대피 경로에서 어떠한 작전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육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학살을 저지른 하마스의 궤멸과 그 지도자들의 제거가 목표”라며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군사·정치적으로 통치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 작전을 펼칠 이스라엘 기동타격대에는 보병대 외에도 탱크, 공병대, 특공대가 포함된다고 장교들은 NYT에 전했다. 지상군은 전투기와 전투용 헬리콥터, 공중 드론, 포병의 엄호를 받게 된다. 이 군사 작전은 당초 이번 주말에 하기로 계획됐으나 날씨가 흐려 공중 엄호를 받기 어려운 까닭에 “며칠 정도” 지연됐다는 것이 장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해도 지리를 잘 알고 게릴라전에 능한 하마스를 상대로 좁고 빽빽한 도시에서 싸운다면 이스라엘군도 상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안에 미로 같은 지하 터널을 수백 마일 구간으로 파 놓고 활동하고 있으며 내부에 각종 함정을 설치해 놓았다.


이스라엘군의 봉쇄로 연료와 식량 등이 끊긴 가자지구에서 15일 주민들이 장작에 불을 피워 끼니를 마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봉쇄로 연료와 식량 등이 끊긴 가자지구에서 15일 주민들이 장작에 불을 피워 끼니를 마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이나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할 수도 있다. 가자지구 내 3만 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하마스 대원과 민간인의 구분은 사실상 쉽지 않다. 따라서 주민 대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돼 시가전이 벌어질 경우 민간인이 하마스로 오인돼 사살되는 참극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진압하고 가자시티를 점령하더라도 하마스의 정치적 생명력까지 없애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자지구 남부가 여전히 이스라엘의 통제 밖일 경우 일부 하마스 세력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한편,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대대적인 지상전을 예고하고 가자지구 민간인 대피령을 내리면서 주민 110만 명 이상이 아비규환 속에 필사의 피란길에 올랐다. 대피령 이틀째인 14일 가자지구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대혼잡이 빚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트럭, 버스, 짐을 실은 수레·당나귀, 도보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좁은 도로로 몰려들면서 아비규환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또 이동이 어려운 임신부, 장애인 등은 집을 떠나지 못한 채 언제 닥칠지 모르는 포탄의 공포에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막대한 민간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러시아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인도적 휴전을 요구하는가 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관련 결의안 채택을 제안하고 나섰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폴랸스키 주유엔 러시아 대표부 차석대사는 민간인에 대한 폭력과 모든 테러 행위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16일 표결에 부칠 것을 요청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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