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지 이동 편의성·대중교통 시스템 혁신이 관건 [부산형 15분 도시 진단]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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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책 확산 위한 과제는?

산비탈에 고령층 많은 현실 감안
부산 전역 확산·안착 갈 길 멀어

노선·운행 등 탄력 조정 고민해야
자전거·개인 이동 수단 활성화를
공공시설 개방 주민 이용 높여야

15분 도시 사업은 시민들의 보행권 확보가 관건이다.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부산은 대중교통 혁신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앞 BRT 구간. 정종회 기자 jjh@ 15분 도시 사업은 시민들의 보행권 확보가 관건이다.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부산은 대중교통 혁신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앞 BRT 구간. 정종회 기자 jjh@

부산형 15분 도시 조성 사업이 시범 사업 ‘해피챌린지’ 대상지를 중심으로 성공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부산 전역으로 확산돼 안착되기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19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1개 생활권마다 약 300억 원을 투입하는 해피챌린지 사업과 922억 원을 투입해 생활필수시설을 제공하는 정책공모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15분 도시를 가시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해피챌린지 사업 과정에서 주민들과 거버넌스를 구축해 안전 통학로 등 보행권을 확보하고, 선형공원 등 녹지 공간 조성, 앵커시설을 통한 이웃·공동체 연대 등 가능성이 드러나고 있지만, 부산 전체로 확대하기에는 대중교통 시스템 혁신과 수직이동 편의성 확보, 저활용 공공시설인 학교 개방·활용 등 핵심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혁신과 수직 이동 편의성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부산은 중앙대로 등 주요 간선도로를 따라 도시지역 90% 이상이 형성돼 있다. 주거·상업·공업 지역 면적 대부분이 주요 간선도로와 인접해 있어 거리만 따지면 주요 간선도로에서 주거지까지 걸어서 15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체 인구의 약 77%가 10도 이상의 경사지에 거주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간선도로에서 주거지까지 전적으로 도보나 자전거로 이동하기 어렵다.

부산형 15분 도시 성공 여부는 경사지 이동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달려 있다. 산복도로 등 급경사지 거주 주민이동성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 특히 이들의 30% 이상이 보행에 취약한 고령층이다. 시는 이를 감안해 11월 현재 17개의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운영하고 있고, 15개를 추가 설치한다. 하지만 서·중·동·영도구에 걸쳐 약 52km에 이르는 산복도로 수직 이동 문제는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만으로 해결이 안된다.

시는 버스노선을 지금보다 더 촘촘하게 연결하는 방안, 최근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 시범운영 중인 수요응답형교통체계(DRT) ‘타바라’를 원도심에 적용하는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버스 노선 증설은 적자 폭을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난제다.

수요에 따라 노선과 운행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타바라’는 맞춤형 대중교통서비스로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1개 노선에 10대를 1년간 운영할 경우 약 30억 원이 소요돼 재정 부담이 있다. 버스준공영제를 완전히 혁신하는 대중교통 구조개혁이 절실해 보이지만, 버스업계 반발은 만만치 않은 벽이다.

전동킥보드는 15분 도시 이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정대현 기자 jhyun 전동킥보드는 15분 도시 이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정대현 기자 jhyun

■공유형 개인이동수단 이용 활성화

전기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 공유형 개인이동수단(PM) 활성화도 15분 도시 이동성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꼽힌다. 시 관계자는 “2009년부터 전국에 자전거 타기 열풍이 불며 지자체마다 앞다퉈 자전거 도로를 확충했지만, 유독 부산에서는 경사지라는 지형적 제약을 뛰어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다양한 유형의 동력 이동장치들이 등장하면서 이제 부산에서도 자전거와 공유형 PM 이용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시는 우선 10년 이상된 총 길이 491km의 부산 시내 자전거 도로를 개보수하고, 생활권과 거점을 중심으로 자전거 도로와 PM 전용 도로를 확장·연결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또 PM 이용자는 물론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 안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자전거와 PM을 위한 별도의 교통체계를 마련해 기존 신호체계와 연동하고, PM과 버스·도시철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용 주차공간 마련 등을 계획하고 있다.

PM을 향한 사회적 시선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현재 부산에는 전동킥보드 5개 사 8500여 대, 전기자전거 2개 사 3250여 대의 공유형 PM이 운영 중이다. 사실 이미 만들어진 교통 시스템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시민 보행권에도 불편을 야기한다. 2020년부터 개인형이동수단의 안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3개의 법률안이 상정됐지만, 국회 통과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PM 사업자의 자구책 마련과 함께 부산시 차원의 시민 의식 변화를 위한 정책도 연계돼야 한다.

■생활권 내 거점, 학교 개방과 활용

학교는 일상 가까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다. 학교 시설과 운동장은 방과후나 공휴일, 주말에 대부분 비어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학교 내 유휴공간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학교는 무엇보다 거주지에서 걸어서 접근하기 좋은 곳에 있다. 교육부도 지난 3월 지역소멸과 저출생 대응 방안으로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늘봄학교 운영 외에 학교시설 복합화를 추진, 오는 2027년까지 1조 8000억 원을 투입해 전국 200개 학교를 복합화하면서 일대 정주여건 개선에 기여하겠다는 내용이다.

시는 해피챌린지 대상지 당감개금생활권에 있는 개성고등학교를 부산 1호 학교복합시설로 정하고, 지난 5월 교육부에 공모를 신청했다. 국비 등 약 450억 원을 투자해 개성고 내에 수영장을 포함한 복합시설을 짓고, 인근 주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같은 복합시설 건립 건은 부산시교육청과 지역교육청, 학교와의 논의 과정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학교 측이 외부인, 그러니까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학습권 침해, 안전 문제, 전담 인력 부족, 업무 부담 증가 등을 우려해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학교 내 공간을 일부 열어서 수영장, 체육관, 공연장 등의 문화·체육시설과 공영주차장 등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만드는 계획을 논의 중이지만, 인식 전환이 쉽지 않다”면서 협력을 당부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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