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원 버는데 벌금 쯤이야…진해군항제 ‘무허가 노점’ 이유 있었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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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고 불법 영업 노점상 16명 고발
작년 벌금 받고도 또 와 버젓이 영업
열흘간 매출 3000~8000만 원 추정
벌금 50~500만 원 받아도 남는 장사
입찰 상인들 “우리만 바보 되는 기분”
“처벌 강화, 강제 철거 가능 법 바꿔야”

지난달 23일부터 열흘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전역에서 열린 ‘진해군항제’에서 무신고 불법 영업을 하는 노점상들. 강대한 기자 지난달 23일부터 열흘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전역에서 열린 ‘진해군항제’에서 무신고 불법 영업을 하는 노점상들. 강대한 기자

“법 지킨 우리만 바보 되는 기분입니다.”

지난 1일 폐막한 진해군항제 현장에서 ‘8번 식당’을 운영한 안민규 씨. 안 씨는 군항제 주관단체인 이충무공선양군항제위원회(이하 선양회)가 진행한 공개입찰을 통해 음식점 영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코앞에서 버젓이 불법 영업을 하는 ‘눈엣가시’ 무신고 노점상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그는 “저 사람들이 바가지요금을 만들고, 비위생적인 음식을 파는 주범”이라며 “인파가 몰리는 주요 상권마다 떡하니 자리를 잡곤 불법으로 수천만 원씩 챙기니까 법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내 최대 벚꽃 축제인 경남 창원 ‘진해군항제’가 매년 한몫을 노리는 불법 노점상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축제 기간 일단 자리만 잡으면 못 해도 수천만 원은 챙기는 탓에 수백만 원 벌금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바가지 상술에 관람객 불만도 쌓이면서 보다 강력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창원시에 따르면 시는 ‘제62회 진해군항제’ 기간 중 무신고 노점상을 운영한 16명을 식품위생법 등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 피고발인 대부분이 전국 팔도 축제·행사장을 돌며 장사하는 상인들. 그들은 식품위생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버젓이 위법을 일삼는다. 지난해에도 군항제 기간 무신고 노점상을 운영한 21명이 식품위생법죄로 약식기소돼 벌금을 받기도 했다.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 원을 처분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벌금을 받아도 대수롭지 않게 올해 다시 무신고 영업을 반복한다는 것. 시 관계자는 “새로운 위치에 설치된 노점상 서너 군데를 제외하곤 작년에 왔던 상인들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가중 처벌을 피하려 해를 넘길 때마다 대표자 명의를 바꾸지만, 실상 같은 업소라고 부언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열흘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전역에서 열린 ‘진해군항제’에서 무신고 불법 영업을 하는 노점상들. 강대한 기자 지난달 23일부터 열흘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전역에서 열린 ‘진해군항제’에서 무신고 불법 영업을 하는 노점상들. 강대한 기자

이들은 행정의 단속에도 비협조적이다. 시는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확인증을 받아 대표자를 특정, 고발하는데, 이 과정에서 실랑이는 기본이며 경찰을 대동해야 겨우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 되레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라도 발생하면 폭행 맹목으로 ‘역고소’를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인허가를 득하지 않은 무허가 노점상들은 행정처분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공권력 개입조차 쉽지 않다. 천막 등 시설물을 강제 철거하려면 절차상 계도 기간을 둬야 한다. 하지만 합법 절차를 모두 밟을 경우 군항제가 끝난 이후에나 철거할 수 있다보니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군항제 기간 중 불법 영업 활동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고발 이외엔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셈이다.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는 이유는 벌금보다 벌어들이는 수익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선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군항제 기간 동안 한시적 영업 허가를 받은 업소 102곳 가운데 꼬치·핫도그 등을 판매하는 길거리음식점의 경우 3000만~4000만 원, 테이블을 설치해 조리된 음식 등을 판매하는 곳은 7000만~8000만 원에 이르는 매출을 각각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벌금에 비해 수익이 최소 6배에서, 최대 160배 많은 수준이다. 게다가 무신고 노점상은 축제 폐막 이후에도 영업을 유지하며 뒤늦게 방문한 관광객까지 흡수한다.

아이 두 명을 데리고 꽃놀이를 다녀왔다는 30대 엄마 강 모 씨는 “애들이 갖고 싶다고 해서 LED 풍선을 개당 2만 원 주고 샀는데,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가격을 확인하니 5000원에 불과했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선 당장 법을 개정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선양회 관계자는 “위법을 저지르면 절대 손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을 바꿔 즉시 강제 철거가 가능하게 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 관계자 역시 “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군항제 기간 중에 강력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토로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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