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변호사도 수도권 쏠림… 부산에 달랑 2명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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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만 110명 안팎 활동 집중
공익변호사 단체도 부산엔 없어
열악한 처우 탓 ‘지역 격차’ 심화
소수자 인권 보호 약화될 우려

지역변호사들이 모여 있는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한 빌딩모습. 강선배 기자 ksun@ 지역변호사들이 모여 있는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한 빌딩모습. 강선배 기자 ksun@

부산 변호사는 1100명을 넘지만, 전업 공익변호사는 2명에 불과하다. 2000년대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공익변호사는 비영리 조직에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나 다양한 인권 등의 가치를 위해 힘쓴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성숙도와 연관이 높다.

특히 부산 공익변호사는 110명 안팎인 서울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어서 인권에서조차 지역 격차가 심화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부산에는 제대로 된 공익변호사 단체가 1곳도 없다. 이는 전국적 상황과 비교된다. ‘한국 공익변호사 실태조사 보고서’(2019년 발간)에 따르면 전국 공익변호사 단체는 46곳이다. 변호사가 직접 설립한 단체가 24곳, 시민단체가 후원하는 단체 11곳, 법령에 따른 위탁 단체 7곳, 기타 4곳 등이다. 해당 보고서는 강정은·이소아 변호사가 만든 국내 유일 공익변호사 관련 보고서다.

부산에는 24일 기준 변호사가 1143명이 있다. 이 가운데 공익변호사는 단 2명이다. 재단법인 ‘동천’ 이현우 변호사와 공익변호사단체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 모두 서울 공익변호사 단체 소속이다. 활동은 지역 공익변호사 지원금을 받으며 한다. 부산 출신인 두 변호사가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은 뜻이 있어서다.

전국적으로 공익변호사는 110명 안팎이다. 이들 대부분 서울 공익변호사 단체 소속으로 활동 영역을 서울로 삼고 있다. 비수도권 단체로는 2015년 광주에서 설립된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이 유일하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박영하 변호사는 “공식 집계는 없지만 NGO나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변호사 수는 공익변호사 보고서가 작성된 2019년보다 다소 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부산을 비롯한 지방에 공익변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상은 처우가 열악한 점도 한몫한다. 공익변호사는 여성, 장애, 이주·난민, 아동 등 인권 사건을 주로 맡다 보니 수임료 역시 ‘열정 페이’ 수준이다. 그나마 서울에서 로펌, 시민단체 등에서 공익변호사를 지원한다. 이소아 변호사는 “공익변호사 활동은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데 변호사 혼자 실무와 사건 등을 같이 하는 지역에선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공익변호사는 사회 전체에 큰 효용을 갖고 오는 역할도 맡는다. 부산 공익변호사 이주언 변호사는 공익변호사를 “소수자의 이익을 옹호하는 활동을 함으로써 사회 전체를 이롭게 하는 변호사”라고 정의했다. 친족 간 재산 범죄 처벌을 면제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최근 헌법재판소 판단이 대표적이다.

이현우 변호사는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통해 30대 장애인이 동거 중인 작은아버지 부부에게 4년간 2억 3600여 만 원을 갈취당한 사건을 담당했다. 그는 친족상도례 규정으로 가해자에게 제대로 죄를 물을 수 없자 2020년 3월 서울 공익변호사 10여 명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친족상도례를 규정하는 형법 328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1953년 제정 형법 이래 71년간 유지됐던 친족상도례 조항은 곧바로 적용이 중단됐다.

공익변호사 출신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오진숙 교수는 “부산에는 공변 단체나 시민단체 기반이 부족해 예비 법조인도 막상 뛰어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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