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부울경 열대야 9.6일 ‘최악 수준' 더웠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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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의 3배, 1994년 이어 2위
전국은 8.8일로 역대 1위 기록
올해 폭염보다 열대야 더 기승
높은 습도·인공열 방출 영향 커
오는 17일까지 무더위 지속 전망

폭염경보가 연일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앞에서 시민들이 뜨거워진 도로의 열기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건널목을 지나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폭염경보가 연일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앞에서 시민들이 뜨거워진 도로의 열기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건널목을 지나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열대야로 잠 못 이뤘던 1994년 여름의 악몽이 2024년 한국에서 재현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열대야 일수는 역대 1위를 기록했고, 부울경 열대야 일수는 1994년 7월에 이어 역대 2위였다. 올여름 무더위는 일 최고 기온이 33도가 넘는 폭염보다는 높은 습도의 영향으로 밤에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다는 특징이 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열대야 일수는 8.8일로 역대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평년의 2.8일보다 3배가량 많이 발생한 수치로, 1994년 7월의 8.5일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열대야는 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을 뜻한다.

지난달 부울경(부산, 울산, 창원, 통영, 진주, 거창, 합천, 밀양, 산청, 거제, 남해 등 11개 지점 관측값 평균) 열대야 일수 역시 9.6일이었다. 1973년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이후 1994년 7월의 9.9일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부울경 열대야 일수는 평년의 3.5일보다는 무려 6.1일이나 많았다.

열대야는 최악의 여름으로 기록된 1994년보다 심하거나 비슷한 수준이지만, 폭염은 당시보다 덜하다. 지난달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4.3일로 22위를 기록했다. 평년의 4.1일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부울경의 경우 폭염 일수는 평년의 4.9일보다 0.1일 많은 5일로 역대 21위로, 역시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체감 온도를 기준으로 하는 폭염특보는 지난달 말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내려져 지금도 유지 중이지만, 실제 일 최고 기온이 33도가 넘으면 발표하는 폭염일 자체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상청은 폭염보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로 뜨겁고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대기 상층에 자리잡고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함께 자리잡아 마치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는 형상이 지속되고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또 덥고 습한 남서풍이 평년보다 자주 불면서 밤에도 높은 기온이 유지됐다.

부산지방기상청 서태건 기후서비스과장은 “여름철 한국에는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함께 영향을 주는데 강수가 뜨거운 열기를 간간이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최근에는 특정 지역에 쏟아졌다가 그치는 소나기성 강수가 많아서 비가 안 오는 주변 지역 습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높은 습도가 영향을 줬고, 냉방기기 가동률도 높아지면서 인공열 방출도 많아 열대야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비는 정체전선 움직임에 따라 한 번 내리면 물폭탄처럼 쏟아붇는 집중호우 형태가 많았다. 부울경의 경우 경남 남해에 지난달 16일 하루에만 207.1mm의 비가 쏟아졌다. 지난달 17~18일 경기 파주 판문점 지점에서 634.5mm, 경기 연천 백학 지점에서 501.5mm의 호우가 기록됐다.

무더위와 열대야는 오는 17일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 광복절이 지나면 더위가 꺾인다”는 말이 우스운 상황이 됐다. 서 과장은 “오는 17일 최저 기온이 26도, 최고 기온이 31도로 예측돼 8월 중순까지는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8월 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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