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지목한 해리스, 트럼프와는 완전 대척점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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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여성 최초 수식어 달고 부상
인도 이민 모계 등 3중 차별 극복
재작년 방한해 북 신랄하게 비판
당선 땐 현재 대북 기조 계승할 듯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021년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열린 코로나 백신 관련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021년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열린 코로나 백신 관련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재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대체 주자로 카멀라 해리스(59) 부통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로 급부상한 해리스 부통령에 관심이 집중된다.

■흑인·아시아계·여성 3중 차별 극복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될 경우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아시아계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게 된다. 백악관 입성까지 성공하게 되면 첫 흑인 여성 대통령이자 흑인으로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미국에서 유색인종 여성으로는 최초로 대통령 후보가 될지 세계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그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과학자 아버지와 인도 브라만 가문 이민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워싱턴DC의 흑인 명문대학인 하워드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캘리포니아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1990년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의 지방 검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으로 옮겨 담당 사건에서 유죄 선고율을 끌어올리며 검사로서의 역량을 뽐냈고, 2004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에 오른 데 이어 2011년에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으로 선출됐다.

재선을 거쳐 6년간 주 법무장관을 역임한 뒤 2017년에는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해 선출되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했다. 흑인 여성이 연방 상원의원이 된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트럼프 대척에 선 대북 원칙론자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 후보가 되면 외교 ‘베테랑’인 바이든 대통령의 노선을 상당 부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NBC 방송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재임 기간 150명이 넘는 외국 정상들을 만나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이후 대외 정책의 연속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당 방송은 분석했다.

특히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완벽한 비핵화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유화 행보를 보이는 것을 비판하며 북한 핵 위협에 충분히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9년 8월 미국외교협회(CFR)로부터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무기 프로그램을 일부 해체하는 대가로 부분적 제재 완화 합의문에 서명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해리스 부통령이 “나는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교환하진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하겠다는 말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한 것은 그의 대북 기조를 대표하는 것으로 꼽힌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2년 9월 부통령으로서 아시아 순방길에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북한에는 악랄한 독재정권,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 인권 침해가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작년 9월 CBS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있어 우리는 매우 분명하고 일치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력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고 대선에서까지 승리한다면 현재의 한미동맹 중시,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 대북 억지력 강화 기조 등을 거의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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