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신춘문예-시조 심사평] 소시민이 지켜낸 ‘약속’의 무게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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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경 시조시인. 정종회 기자 jjh@ 정희경 시조시인. 정종회 기자 jjh@

신춘문예에 작품을 투고한 예비 작가들의 설렘과 떨림은 고스란히 심사위원에게도 전달된다. 거기에 기대를 더하여 시조를 읽었다.

신산한 삶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은 작품이 많이 보였고 신세대나 청소년의 미래를 염려하는 작품, 급변하는 현실을 다룬 작품 또한 눈에 뜨여 시조의 확장을 가져온 점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다양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도식화된 주제에 머무르는 작품과 형상화가 덜 된 작품,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 작품, 시조의 틀 안에 생각을 가둔 작품 등은 아쉬웠다.

‘가자미 이불’ ‘뚫다, 겨울 고립’ ‘불개미의 날개’ ‘바람이 번지점프 할 때’ ‘낙타, 갈래 말에 대한 고찰’ 등은 활달한 생각을 자신만의 체험으로 녹여 감동과 깊이를 더한 작품이다. 신선한 비유와 세밀한 묘사, 현 세태에 대한 비판의식, 형상화의 미학적 완성도, 개성적인 말의 부림에서 각각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함께 투고한 작품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고 시조가 가진 운문으로서의 성격을 잘 소화하지 못한 점,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고 주제를 성급히 드러낸 점 등에서 내려놓았다.

당선작 ‘방아쇠 수지’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방아쇠 수지’의 이미지가 수선인의 삶에 잘 투영된 수작이다. 장과 장을 긴장감 있게 이끌어 가며 첫수에서 셋째 수까지 독립성을 유지하되 유기적인 관계를 끝까지 놓지 않은 작품이다. ‘검지’에서부터 ‘낯선 이름’ ‘물 빠진 상표’ ‘땀’ ‘약속’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어휘의 선택은 진실성을 담보하고 오랜 시간 작품을 갈고 닦은 흔적이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방아쇠 수지’로 대변되는 소시민이라는 것을 우리 사회를 향해 잔잔하지만, 단단한 어조로 말하고 있어 감동이 깊다. 개인적인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약속’의 무게를 그려내 사회성까지 확장한 점을 높이 샀고 같이 응모한 작품 또한 당선작과 어금버금했다.

신춘문예에 응모할 때의 다짐은 곧 시조와의 약속이다. 부디 평생 시조와 함께하는 훌륭한 시조시인이길 희망한다.

심사위원: 정희경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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