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항의 시간에도 책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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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첫 직장이 부산이고 아이들이 모두 부산에서 성장해, 지금도 부산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스포츠경영을 공부하고 도시와 스포츠시설을 연구하면서도 늘 마음 한편에는 부산이 있었다. 그래서 15년 전부터 북항에 새로운 야구장과 돔구장을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꿈꾼 것은 거대한 야구장 하나가 아니다. 사람이 찾아오고, 머물고, 소비하고, 다시 찾는 부산의 새로운 도시공간이었다. 부산은 지금 도시의 방향을 다시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지난 수십 년, 도시 발전축이 해운대·센텀·동부산으로 이동하면서 남포동·광복동·중앙동·초량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은 상대적으로 활력을 잃었다.

나는 북항이 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부산의 거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부산역에서 북항으로, 다시 초량과 중앙동, 남포동과 광복동, 자갈치와 영도로 사람들이 흘러가게 해야 한다. 철도와 항만, 바다와 원도심을 하나의 생활·문화·관광권으로 연결해야 한다. 북항 돔아레나를 이야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장 하나가 아니라 북항과 원도심을 다시 움직일 엔진을 만들자는 이야기다.

그런데 부산의 꿈에 비해 북항의 시계는 너무 느리다. 그동안 계획이 없었던 것도, 검토가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다. 부산시가 확보한 자료를 기준으로 BPA가 추진한 북항 개발·활성화 관련 용역 가운데 계약액이 확인된 3건만 33억5660만 원에 달하고, 올해에도 9억 8500만 원 규모의 사업성 검토가 예정돼 있다.

물론 수조 원이 투입될 수 있는 사업인 만큼 철저한 검증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 시민의 입장에서 물어야 한다. 그 많은 검토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결정했는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에 있다. 북항은 부산에 있지만 부산시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항만재개발의 관리청은 해양수산부이고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는 BPA다. 주요 토지 활용에도 BPA의 판단이 중요하다. 반면 개발의 결과로 나타날 교통·관광·상권·원도심 활성화와 시민생활은 부산이 감당한다. 정책의 권한과 토지의 이해관계, 도시의 책임이 서로 다른 기관에 나뉘어 있는 셈이다.

그래서 해수부와 BPA에 요청하고 싶다. BPA가 재무건전성과 토지가치를 관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북항의 가치를 토지가격으로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개발이 늦어지면서 사라지는 관광과 소비, 일자리와 민간투자의 기회도 비용이다. 원도심이 잃어가는 시간 역시 비용이다. 땅의 가격을 지키는 것이 공기업의 책임이라면, 그 땅이 도시와 국가의 가치를 만들어내게 하는 것 또한 공기업의 책임이어야 한다. 해수부가 부산에 자리 잡은 의미도 중앙부처의 주소 이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부산의 현장과 시민의 요구가 국가 항만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부산의 바다와 항만, 도시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정책 당사자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부산시도 요구만 해서는 안 된다. 토지 활용과 공공재원, 민간투자, 개발이익 공유, 교통대책을 묶은 현실적인 협상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제 해수부·BPA·부산시가 한 테이블에 앉아 “왜 어려운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이면 가능한가”에 답하고 역할과 결정 시한까지 정해야 한다. 은퇴하면, 다시 내려가고 싶은 내가 꿈꾸는 부산은 거창하지 않다. 부산역에서 내린 젊은이가 북항에서 야구나 공연을 보고, 남포동에서 저녁을 먹고, 자갈치와 영도를 걷고, 북항의 밤바다를 바라보며 하루 더 머무는 도시다. 그 발걸음이 원도심의 식당과 시장, 호텔과 상점의 매출이 되고 다시 일자리가 되는 도시다. 2026년 이번 가을 정부의 돔아레나 유치도시 모집 공고가 예정돼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해수부와 BPA에 호소하고 싶다. 부산이 잃고 있는 시간까지 함께 계산해 달라. 그리고 이제 결단해 달라. 북항의 땅은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원도심도, 부산의 경쟁력도, 도시의 기회도 언제까지나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북항의 시간을 다시 움직여야 한다. 지금이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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