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팬스타 아크로호 이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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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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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해양산업국장

해양강국 초석될 북극항로위원회
기회 살릴 대책 착실히 준비해야
산업 현장 요구, 정책 연결하려면
부산시장 국무회의 참석 보장해야

팬스타 아크로호가 국내 컨테이너선 최초로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마치고 돌아왔다. 운항 시간 단축, 연료 절감 효과는 입증됐다. 문제는 경제성 확보, 지정학적 항로 안정성 보장, 친환경적 이용이다. 하나씩 짚어보자.

녹아내리는 북극 얼음을 다시 얼릴 순 없다. 더 오염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친환경 항로로 활용하는 것이 글로벌 무역에 도움이 된다. 탄소 배출 없는 선박이 북극항로에 투입되도록 앞선 조선 기술로 친환경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조선 3사는 물론 부울경이 본거지인 조선기자재업체들에게 큰 기회다.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기존 남방항로도 요즘은 이란 전쟁 여파로 안정성에 경고등이 켜졌지만, 유럽행 북극항로 연안을 영해로 둔 러시아를 서방이 제재하고 있다는 점은 숙제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도 옵션에 둔 미국에 비해, 서유럽은 동진한 러시아의 현실적 위협 앞에 제재 칼날을 쉽게 거두지 못하는 형편이다. 미국과 러시아 양국 정상은 지난해 8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조건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논의한 바 있다. 내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실점 요인만 가득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까지 포함한 극적인 빅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값싼 러시아 에너지 공급이 막혀 경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서유럽도 마냥 대결로만 치닫기엔 부담이 크다. 나라의 명운을 걸고 북극항로를 활성화하려는 러시아로선 항로 안정성을 해치는 행위가 곧 ‘자살골’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 비우호국인 한국 시범운항 선박이 문제없이 이 항로를 왕복한 것이 본보기다.

일회성 시범운항이 아니라 정기 항로로 자리 잡으려면 경제성 확보가 필수고, 여기엔 한국과 러시아 정부의 협력이 관건이다. 북극항로 주변 기항지 개발에서부터, 아시아·서유럽 등지로 실어 나를 화물(농림수산물, 에너지 등) 창출에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 역시 제재 해결이 선결 조건이다. 우리 정부로선 제재 해결 후 곧바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연구와 관심 기업군 컨소시엄 구성 등의 작업을 미리 해둘 필요가 있다. 이미 러시아 곳곳에 깊숙이 투자 깃발을 꽂은 중국·일본에 비해 한국은 이미 많이 뒤졌다.

북극항로를 여는 것은 단순한 뱃길 개척이 아니다. 유라시아 대륙 북반구의 동과 서가 한결 가까워진다는 의미다. 심지어 파나마운하를 반드시 지나야 하는 북미 동부도 북극이 지름길이다. 최근 서울을 찾았던 중앙아시아 5개국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북서유럽 국가들은 북극항로로 한반도와 한결 가까워진다. 시장 확장이자, 투자·교역 상대국 확대다. 따라서 해양수산부만이 아니라, 총리실 산하에 구성될 북극항로위원회가 앞서 언급한 대비책을 마련하는데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 해양강국 대한민국을 만들 축 하나는 이렇게 준비되고 있다.

축 하나가 더 필요한데, 그것은 명실상부한 해양수도 부산 실현이다. 실제 해양산업에서 효과를 보려면 부산이 국가 해양 정책 중심으로 확고히 자리 잡도록 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27일 국회를 통과한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 특별법’은 법 이름에 부산이 ‘해양수도’로 명명된 데 큰 의의가 있었다. 반면 부산이 해양산업 분야 국가 중추도시로서 확고한 ‘기능적 수도’ 위상을 갖는다는 정의가 없었고, 그에 걸맞은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가질지도 명시되지 않았다. 해수부 이전 직원들을 부산시가 지원하는 데 필요한 근거 마련이 급선무였던 탓이다. 따라서 서울시가 대한민국 수도 위상을 갖는 근거인 ‘서울특별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률’처럼 부산의 기능적 해양수도 위상과 권한을 명시하도록 기존 특별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해양수도 부산을 대표하는 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특기할 만한 일은 지난여름부터 서울시장은 물론 전남광주특별시장도 배석자로 국무회의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지방자치단체 광역화 지침에 부응해 통합특별시를 출범시켰고, 3대 메가프로젝트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국가 해양정책 주관부처인 해수부와 함께, 해양 산업과 연구·공공기관이 클러스터를 이룬 지방행정 책임자가 국가 정책 최고 의결 기구인 국무회의에 참여할 명분도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다. 주요 선진국이 가동 중인 국가 차원의 해양전략위원회를 설치하지 못한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양수도 부산시장 국무회의 참석은 서두를 일이다.

마치 부캉이처럼, 의도하지 않은 북극항로라는 기회가 다가왔다. 성장과 대전환의 발판으로 삼을지, 스쳐 가는 ‘반짝 유행’이나 허망한 선동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갈지는 우리 선택에 달렸다. 현실은 과연 안주할 만한가?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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