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지는 유럽행 하늘길…코카서스 회랑 혼잡도 높아져
사우디 영공, 유럽~아시아 항로 핵심 관문
사우디회랑 위험…코카서스회랑 혼잡도 ↑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분쟁 지역 정보 게시판. 사우디아라비아 영공이 분쟁 지역으로 표시돼 있다. EASA 홈페이지 캡쳐.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항을 공격으로 중동 하늘길이 더 좁아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전쟁으로 이미 좁아진 하늘길에서 사우디 영공까지 문제가 생기면서 조지아 등을 지나는 ‘코카서스 회랑’의 혼잡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항공안전 규제 기관인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의 리야드 공항을 공격한 후, 항공기 운항 자제를 권고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영공의 적용 구역을 확대했다.
EASA는 분쟁 지역 정보 게시판의 업데이트를 통해, 최근의 공격들이 수도를 포함해 사우디 영토 내륙 깊은 곳까지 타격할 수 있는 후티 반군의 능력과 의도를 명백히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EASA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지역을 권고 구역에 추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민간항공청은 지난 8일 리야드의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 대한 두 차례의 공격으로 사우디 국적자 3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를 운항하는 항공사에 대한 위협을 재차 경고하며, 두 발의 순항미사일로 수도 공항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EASA는 “반복적인 미사일과 드론 공격은 방공망 가동과 맞물려 민간 항공기 오인 식별 위험은 물론 미사일 및 드론의 상공 통과, 요격 활동, 낙하물과 관련된 위험을 높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후티 반군은 사우디 영공을 ‘전투 구역’으로 선포하고 국제 항공사들에 사우디 영공 이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사우디 영공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주요 하늘길이어서 이번 사태로 중동지역 하늘길 혼잡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전쟁으로 이 지역 하늘길이 예정보다 좁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항공 노선의 비행 시간은 2~4시간 늘어난 상태다. 이전에는 러시아 영공을 통과 시베리아 상공으로 운항하던 항공기들이 걸프지역으로 운항하면서 운항 거리가 늘어났다.
여기에 이란 전쟁으로 이란 영공 이용이 어려워지자 ‘사우디 회랑’으로 불리는 제다 비행정보구역이 동서 방향 교통량의 주요 우회로가 됐다. 사우디 회랑 이외에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을 지나는 ‘코카서스·중앙아시아 회랑’에도 항공기 운항이 집중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 회랑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코카서스 회랑의 혼잡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영국 버진애틀랜틱항공의 경우 기존 뭄바이~런던 노선에서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영공을 거쳐 운항했지만 지난달부터 중동 지역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코카서스·중앙아시아 회랑을 이용하는 우회 경로로 변경해 운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걸프타임즈 등 중동지역 매체들은 코카서스·중앙아시아 회랑의 가장 좁은 지역 폭이 100마일에 불과한데 러시아 영공 폐쇄와 중동 분쟁으로 우회 항공기가 몰려들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중동지역 갈등이 계속될 경우 동북아시아지역의 유럽 노선 운항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