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부산은 청년에게 야망을 심어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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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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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진 사회부 차장

부산지역 대학들은 2027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에서 꽤나 고무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거점 국립대인 부산대가 11.55대 1의 높은 경쟁률로 굳건한 선호도를 증명했고, 국립부경대와 국립한국해양대 역시 각각 8.48대 1, 7.95대 1을 기록하며 돋보이는 선방을 해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을 닫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흉흉한 위기감 속에서 만들어낸 값진 성과다. 이들 대학이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부산대의 1000억 원 규모의 패키지 지원 대학 선정, 지역 국립대의 등록금 0원 정책,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과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굵직한 이슈가 자리하고 있다.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수험생들에게 미래를 향한 일말의 희망을 심어준 셈이다.

이러한 희망의 연장선상에서, 정부의 대학 지원 사업도 방향을 틀었다. 기존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이 최근 ‘앵커(ANCHOR·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정책명을 재정립한 것이다. 이름 그대로 대학을 지역 발전과 혁신의 ‘앵커(구심점)’로 굳게 내리겠다는 의지다.

지자체에 대학 지원 권한과 예산을 대폭 넘겨 대학이 지역 산업과 밀착 연계하도록 돕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청년들의 ‘정주’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지역에서 배우고 자란 인재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앵커(닻)를 지역에 단단히 내릴 수 있는 분위기를 대학을 중심으로 완성해 보겠다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대학 문을 나서는 다음부터다. 대학을 지역의 앵커로 삼아 정주 여건을 조성하고 수천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좋은 연구 환경을 만든다 한들, 가장 결정적인 한 가지가 빠져 있다면 그 닻은 넓은 바다가 아니라 모래밭에 내린 것에 불과하다.

결국 앵커 산업의 단단한 토대는 바로 ‘일자리’다. 그냥 일자리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다. 지금 청년들이 지역에 정주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문화 시설이나 캠퍼스 인프라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당장 내일을 담보할 밥벌이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 4년 내내 혁신적인 교육을 받고 풍족한 지원을 누렸더라도, 졸업 후 일할 곳이 없다면 그들은 결국 일자리를 찾아 익숙한 고향을 등지고 짐을 싸서 서울행 기차에 올라야만 한다.

그래서 많은 야망을 가진 청년들이 서울로 간다. 슬프지만 부인하기 어려운 냉혹한 현실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부산의 넘버원’은 안타깝게도 ‘전국의 넘버원’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 어차피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낯선 환경에 부딪히고 바닥부터 다시 적응해야 한다면, 애당초 기회와 자본이 풍족한 수도권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은 지역 청년들에게 어찌 보면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등록금 0원’은 순간 매력적으로 느껴지겠지만 장기적으로 좋은 선택은 아닐 수 있는 셈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가 블랙홀처럼 모든 인재를 빨아들이는 동안, 지역의 딜레마는 치명적으로 깊어진다.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구조가 이대로 방치된다면, 미안하지만 야망이 작은 자만 남게 될지 모른다.

청년들이 지역에 정주하기를 그토록 간절히 바라면서도, 정작 그들이 꿈을 펼칠 무대인 기업과 산업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대학에 지원만 늘린다면 그것은 거대한 희망 고문 혹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이는 곧 지역 사회가 청년들에게 ‘소년들이여, 야망을 갖지 말라(Boys, don‘t be ambitious)’고 강요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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