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방문도시’에서 ‘머무는 도시’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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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석 (사)한국관광학회 회장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 학장

전국 첫 글로벌 관광특구 해운대
체류형 관광지 목표로 예산 지원
해운대만 머물러서는 관광 한계
다른 부산 관광특구 엮을 필요성
부산 전역 관광 서비스 표준화로
해운대 밖 불편도 없애도록 해야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23년 182만 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364만 명으로 배가 됐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부산에 들른 셈이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42만 명이 다녀갔다. 씀씀이도 커졌다. 지난해 관광객이 24.4% 늘 때 외국인 카드 소비는 41.7% 늘었고, 소비 영역도 쇼핑에서 숙박과 음식, 의료·미용으로 넓어지고 있다. 부산시가 내건 ‘외국인 관광객 600만 명’도 이제 손에 잡히는 목표가 됐다.


이런 흐름 속에 해운대 관광특구가 7월 경주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의 첫 ‘글로벌 관광특구’로 선정됐다. 해운대·송정해수욕장에서 구남로, 영화의전당, 누리마루 APEC하우스, 벡스코, 달맞이고개에 이르는 6.2㎢ 권역에 내년까지 국비 30억 원을 포함해 모두 60억 원이 들어간다. 사업비는 시설 공사에 쓰지 않고 전액 콘텐츠와 관광 서비스 개선에 쓴다. 매주 열리는 야간 축제와 매월 달맞이길 프로그램, 매일 운영하는 관광 프로그램으로 1년 내내 해운대에 머물 이유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낮과 밤, 일과 휴양이 공존하는 체류형 관광지가 목표다.

글로벌 관광특구 사업의 목적은 서울에 몰린 외국인 관광객을 지역으로 나누고 지역의 관광 소비를 늘리는 데 있다. 같은 원리는 부산 안에도 적용된다. 해운대가 잘 되는 것만으로 부산 관광이 성장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해운대에 온 관광객이 부산 곳곳으로 발길을 넓혀야 특구 사업의 효과가 도시 전체로 번진다.

부산의 관광 소비는 아직 몇몇 지역에 몰려 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카드 지출의 78%가 부산진구, 해운대구, 기장군, 중구 네 곳에서 나왔다. 나머지 12개 구·군의 몫은 22%에 그친다. 남포동과 광안리 일대로 외국인 소비가 번지는 조짐이 있지만 흐름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이르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의 43%는 다른 지역으로 입국해 부산에 들른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부산이 해운대 한 곳으로만 기억되면 부산 일정은 하루 이틀로 끝나기 쉽다.

해운대를 부산 전체의 관문으로 만들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부산의 세 관광특구를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묶어야 한다. 부산에는 해운대 외에도 용두산·자갈치 관광특구가 있고, 지난 7월에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부산역, 초량 일대를 아우르는 동구 크루즈 관광특구가 지정됐다. 해운대의 해변과 컨벤션 시설, 원도심의 역사와 시장, 북항의 해상 관문은 서로 겹치지 않는 자원이다. 해운대에 묵는 관광객이 낮에는 원도심과 영도를 둘러보고 밤에는 해운대 야간 프로그램으로 돌아오는 일정이 무리 없이 짜이게 하는 것이 연계의 목표다. 길게 보면 서부산의 낙동강 하구와 다대포도 이 동선에 이어 붙일 수 있다. 특구별 사업이 개별 지정 구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만큼, 구역 간 관광 동선을 연계하려면 부산시 차원의 별도 조정과 협력이 필요하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세 특구의 콘텐츠와 일정을 함께 설계하는 조정 역할을 맡아야 한다.

둘째, 해운대에 들어설 관광 서비스를 부산 전역의 표준으로 넓혀야 한다. 특구 사업으로 AI 무인관광안내소와 외국인 스마트 결제, 개방형 교통결제 시스템이 도입되고, 숙박 상생협약 인증업소 이용객에게 혜택을 주는 등 공정한 숙박 환경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 서비스가 해운대 경계에서 끊기면 관광객에게 해운대 밖은 다시 불편한 곳이 된다. 해외에서 발급한 카드 한 장으로 지하철을 타고 원도심 시장에서 값을 치를 수 있어야 하고, 어느 구에 묵든 숙박 요금을 믿을 수 있어야 관광객의 동선이 넓어진다. 2027년까지 투입되는 총 60억 원의 특구 사업비만으로 이 일을 모두 추진하기는 어렵다. 부산시의 교통·관광 정책과 예산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셋째, 성과를 재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 특구 안의 방문객 수만 세면 사업은 쉽게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봐야 할 것은 관광객이 부산에 며칠 머물렀는지, 해운대 밖에서 얼마를 썼는지, 다시 찾았는지다. 쇼핑 지출은 대형 상권에 몰리지만 숙박과 음식 지출은 관광객이 머무는 동네에 남는다. 체류 기간을 따로 살펴야 하는 이유다. 해운대를 찾은 관광객이 원도심과 북항으로 얼마나 이동했는지는 카드와 통신 데이터로 이동 양상을 분석할 수 있다.

해운대는 1994년 전국 첫 관광특구로 지정된 뒤 30년 넘게 부산 관광의 얼굴이었다. 글로벌 관광특구 선정은 그 역할을 부산 전체의 관문으로 넓힐 기회다. 해운대에서 시작한 관광객의 하루가 원도심 시장과 북항 크루즈 터미널로 이어질 때 부산은 잠시 들르는 ‘방문 도시’에서 오래 ‘머무는 도시’가 된다. 600만 명을 맞이하는 도시를 넘어, 관광객이 더 오래 머물고 다시 찾는 도시. 부산 관광이 준비해야 할 다음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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