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달 김정은 만날 수도”… 북한은 ICBM 과시
북미대화 재개 위한 멘트 꺼내
中 APEC 정상회의 유력 거론
북한은 이날 신무기 대거 공개
유리한 대화 조건 만들겠단 것
1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의 코벨리 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다음 달 아시아 방문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대한 북한 측의 호응이 감지되지 않고 있음에도 재차 김 위원장을 향해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같은 날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 등 신무기를 대거 공개하며 대미 압박에 나섰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는 국면에서 미국을 직접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과시하며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문답하다가 ‘아시아 방문 중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아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이뤄질 경우 “흥미진진할 것이다. 그렇지 않겠나”라며 “나는 (김 위원장과) 잘 지낸다”고 덧붙였다.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북미 정상의 대면이 성사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김 위원장을 상대로 거듭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간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여전히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좀처럼 대화 재개에 나서지 않는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에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해왔다. 가장 유력한 계기로 선전 APEC 정상회의가 꼽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를 방문하는 김에 북한과 가까운 곳에서 김 위원장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이 여기에 응한다면 장소가 중국이 될지, 제3국이 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TV 중계용 연출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평양 방문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더 이상 비핵화 논의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도 주무 부처인 국무부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를 거론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비핵화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전제조건 없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북한을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대거 공개했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81주년을 맞아 ‘제2경제위원회 국방혁명박물관’을 개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했다.
북한 매체들이 전한 사진을 보면 박물관에는 조준경 등 개인 전투장구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진해온 ‘국방혁명’ 성과물이 대거 전시됐다.
전시물 중에는 미국 본토를 포함해 거의 전 세계를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화성-20 ICBM과 그 미사일 발사를 위한 이동식발사대가 포함됐다.
북한은 2022년 액체추진형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한 이후 2023년부터는 고체추진형으로 전환해 화성-18, 화성-19형을 시험발사해왔으며 최근에는 이를 대형화한 화성-20형 ICBM을 개발해왔다.
북한은 특히 화성-20이 전시된 모습을 보도하면서 다탄두를 탑재한 모습의 도면과 함께 중동, 호주, 남미까지 포괄하는 사정거리 표시 설명판을 노골적으로 노출했다.
특히 다탄두 도면을 노출한 것은 미사일 1기에 탄두 여러 발을 실을 수 있는 화성-20의 성능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꾸준히 북미대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가운데 ICBM의 성능을 과시하고 나선 데에는 혹시 모를 북미 대화 국면을 앞두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