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 “해수부 기능 강화”… 실질적 조치 뒤따라야
북극항로 개척, ‘해양수도 부산’에 큰 성과
해양수도 청사진에 맞는 예산·제도 나와야
13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대강당에서 열린 북극항로 시범운항 환영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북극항로 시범운항 성공과 HMM 부산 이전으로 ‘해양수도 부산’으로 가는 주요 이정표 하나가 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13일 부산을 찾아 두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짚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북극항로 개척에 대해 “대한민국이 바라볼 수 있는 미래가 한층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또 “국제사회 신뢰 속에 지속 가능한 해상 운송 토대를 만들고 안전과 환경을 지키는 기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의 항만·물류와 해양금융, 울산의 조선과 친환경 에너지, 경남 조선기자재와 첨단 제조를 연결해 동남권 미래를 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해양수산부 기능을 강화해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을 힘있게 끌고 가겠다는 약속은 지역민도 환영할 일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수차례 ‘해양강국 대한민국’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북극항로 개척을 국가 성장전략으로 제시하고, 부산을 핵심 거점 항구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통령이 돼서는 후속 조치에 나섰다. 청와대에 해양수산비서관을 신설해 북극항로 개척과 남부 해양수도권 구축을 맡겼다. 해수부 이전 과정은 더 놀라웠다. 지난해 5월 공약으로 공식 선언한 지 7개월여 만에 이전까지 마무리하는 실행력을 보였다. HMM 등 해운사 이전, 부산해사전문법원 신설도 이런 대통령 의지가 반영된 성과들이다. 국내 컨테이너선으로는 사상 처음 50일 만에 북극항로를 왕복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여러 행정 조치에도 부산이 해양수도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다. 당장 해수부 기능 강화 방안부터 구체화해야 한다. 북극항로 개척, 해상풍력 및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 조선해운 전·후방 산업 육성 등 핵심 사업들은 해수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다. 산업통상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분산된 기능과 권한을 어떻게 이관하고 조정할지 모호한 상황이다. 해수부 산하기관 이전도 표류 중이다. 부산에 해양금융 기능을 강화하려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이전을 더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 현장에서 정책과 사업을 펼칠 기관·기업이 없다면 해양수도는 공염불에 그친다.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은 분명 매력적인 청사진이다. 하지만 부울경 지역민과 산업 현장에서는 불투명하고 모호하다는 의문이 따라붙는다. 서남권 800조 투자, 44개 부처 세종 이전 등 타 지역의 경우 구체적 로드맵들이 속속 나온 것과도 비교된다. 부울경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굴러가게 할 예산이나 세제 혜택,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가 서둘러 나와야 한다. 기업 이전 유인책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HMM이 ‘부산 시대’를 열었다지만 일부 직원만으로 본사를 꾸렸다. 기업 활동과 금융 같은 핵심 사업을 부산에서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느낄 환경도 만들어야 하겠다. 남부 해양수도권 구축에 앞으로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예산과 실효성 있는 제도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