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놀이’로 포장된 교실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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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밀치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진다.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한 번 더 해보라며 부추기는 무리 속에서 당사자들은 장난이라고 말한다.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이른바 ‘야차룰’이나 ‘스파링’ 등 일대일 격투를 표방한 변형된 놀이가 확산하고 있다. 신체적 충돌을 오락으로 포장하고 타인의 고통을 자극적인 볼거리로 소비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장난으로 볼 수 없다.

반복되는 괴롭힘과 조롱은 피해 학생의 자존감을 짓밟고 학교를 두려움의 장소로 바꾼다. 현장이 촬영돼 단체 대화방이나 SNS로 유포되면 씻기 어려운 디지털 낙인으로 남는다.

문제는 주먹을 휘두르는 당사자에게만 있지 않다. 그 자리에 서서 웃고 촬영하고 더 자극적인 행동을 부추기는 행위도 폭력을 지속시킨다. 특히 폭력을 부추기거나 영상을 촬영·유포하는 행위는 학교폭력에 해당된다. 단순한 구경이나 방관도 공모가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학교폭력 예방과 지도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변종 격투 행위가 범죄로 처벌될 수 있음을 교육하고, 교내 사각지대의 조기 발견·신고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촬영과 유포를 엄격히 지도하는 한편 학생들이 갈등과 에너지를 건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 놀이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학교뿐 아니라 보호자와 연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침은 단순히 ‘때리지 마라’는 금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친구가 거부하면 즉시 멈추고, 타인의 고통을 놀이와 웃음의 소재로 삼지 않는 태도를 체화해야 한다. 학교폭력의 해법은 가해자가 폭력을 멈추는 데서 시작하지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방관의 고리를 끊어내는 공동체의 연대가 더해질 때 완성된다.

박기훈·부산시 동래구 낙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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