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식의 디지털 광장] 금정산이 묻고, 챌린지가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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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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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식 디지털국장

군시절 산 인연, 금정산으로 다시 만나
국립공원 염원 담아 챌린지 띄워
유동인구 늘고 골목상권도 활기
올핸 GPS 인증에 AI고당할매 등판
‘노인과 바다’에서 ‘산 품은’ 부산으로
민관학 지속가능 챌린지 머리 맞대야

강원도 산골짝에서 군 복무하던 시절 산을 무던히도 올랐다. 제대 후엔 ‘산 쪽은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세월이 흘러 기자가 돼 부서가 바뀌거나 미션을 받을 때마다 내 앞엔 어김없이 산이 있었다. 2011년 등산 담당 기자로 처음 오른 경북 선암산에서는 속된 말로 고향 생각이 났고, 심신은 내내 고달팠다. 그러다 ‘금정산 둘레길’ 기사를 연재하며 비로소 길 걷는 재미, 산 오르는 맛을 알았다. 영남알프스 등 둘레길 20여 곳, 전국 산 50여 곳을 누비다 보니 어느새 ‘길이 있으니 걷고, 산이 있으니 오른다’는 깨침으로 승화했다.


인연일까? 지난해 2월 디지털국 선임기자가 되자마자 맡은 업무가 ‘금정산 챌린지’였다. 평범한 코스 소개가 아닌 금정산을 국립공원 반열에 올리는 붐업을 도모하는 과업이었다. 2006년부터 국립공원 지정을 염원한 지역사회와 산악인들의 목소리에 지역 언론이 뭐라도 해보자는 취지였다. 울주군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 함양군 ‘함양오르고’ 등 전국의 완등 사업 10여 개를 벤치마킹하면서 지자체 인지도 상승, 관광객 증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효과도 확인했다.

공공·민간의 금정산 전문가, 환경단체와 함께 ‘훼손을 최소화하며 진면목을 즐길 8개 코스’를 엄선했다. 부산시와 BNK부산은행도 힘을 보탰다. 하지만 GPS 인증, 참가자 본인 식별, 통신 장애 해소 등 기술적 난관이 산맥처럼 막아섰다. 부산일보 홈페이지 협력사의 기술 개발과 디지털운영부의 시스템 검증·운영, 디지털콘텐츠부 기자들의 현장 답사로 인증 시스템을 다졌다. 지난해 9월 열린 100일간의 챌린지에 연인원 1만 2000여 명이 참가했고, 그랜드슬램(8개 코스 완등)도 1170여 명에 달했다. 도중에 금정산이 24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챌린지의 명성도 올라갔다.

그 기간 골목 상권 활성화라는 실질적 효과도 입증됐다. 코스 주변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의 유동 인구가 늘었고, 편의점·소매점의 생수와 김밥·간식 매출도 올랐다. 고당봉에만 집중되던 산행 발길이 백양산·상계봉·장군봉·4대 성문으로 확대됐다. ‘동네 뒷산’에 머물던 금정산의 지평이 '우리 국립공원’으로 넓혀졌다.

올봄부터 챌린지 문의가 잦았다. 지난해 그랜드슬램 달성에 실패한 이들부터 올해 처음 도전하겠다는 어르신까지, 관심과 기대가 예사롭지 않았다. 지난 9월 14일 막을 올린 챌린지는 국립공원 지정 1주년과 〈부산일보〉 창간 80주년을 기념해 ‘80일 여정, 882개 자부심’을 모토로 삼았다. 기술·운영 면에서 지난해보다 더 진화했다. 통신 장애 지역의 인증 오류를 해결하고자 위성 GPS 좌표 방식을 도입했다. 하루 200건이 넘는 문의를 처리하고자 인공지능(AI) 활용 서비스 ‘고당할매’도 등판시켰다. 수십 년 치 금정산 기사와 각종 챌린지 데이터를 학습한 고당할매는 24시간 쉬지 않고 상담한다. 환경보호를 위한 쓰레기 줍기(플로깅) 이벤트도 넣었다. 5주 차에 접어든 현재 참가 연인원이 8000명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기록을 갈아 치울 것으로 보인다.

지역언론 최초로 완등 이벤트를 2년째 치르지만 아쉬움과 숙제는 여전하다. 부산시 등 공공기관의 협력에도 현행 법령과 제도적 제약 탓에 공적 지원에 한계가 많다. 참가자 전원에게 풍성한 기념품을 주고 싶지만 실버바 등 주요 경품과 운영비 상당 부분을 자체 예산과 기업 후원·협찬에 의존하는 터라 혜택은 선착순과 추첨으로 꾸려야 한다.

부산은 매년 수천만 명이 찾는 해양관광도시이지만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적 별칭도 입길에 곧잘 오르내린다. 챌린지는 지역민과 등산 애호가는 물론 남녀노소와 가족 참가자를 끌어모으는 활력의 장이다. 이를 잘 살려 ‘바다와 금정산’을 품은 역동적인 도시, 부산을 꿈꾸는 건 과한 걸까? AI 고당할매에 물었더니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관광·문화 콘텐츠가 뒷받침 된 ‘스토리 있는 챌린지’로 거듭나면 도시 브랜드를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이라는 특색과 지역의 둘레길·갈맷길·해변 맨발 걷기, 지역축제를 결합한 ‘지역민·관광객이 참여하고 즐기는 챌린지’도 주문했다.

오는 12월 챌린지가 끝나면 이런저런 과제를 모아 공론장을 열 계획이다. 으레 하는 행사가 아닌 공공기관과 지역사회·기업·대학이 함께 ‘지역 상생·지속 가능한 거버넌스로 꾸리는 금정산’을 고민하는 마중물로 만들 요량이다. 공공기관은 제도적·재정적 지원의 물꼬를, 지역 정치권은 조례와 정책적 해법을 제시하면 좋겠다. 기업은 상권 활성화와 사회공헌 경영의 장으로 결합하고, 대학은 '힙한' 콘텐츠를 보태면 어떨까. 각계각층이 머리를 맞댈 때 금정산 챌린지는 부산의 가치를 바꿀 지속 가능한 자산이자 부산의 시그니처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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