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사주 62조 소각…삼성·하이닉스가 절반 넘게 태워
9개월 만에 지난해 소각액의 2.5배
소각 예정분 더하면 올해 120조 규모
1조 원 넘게 소각한 기업 10곳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현황(소각금액은 소각주식수와 소각일종가 기준으로 계산, 비상장 우선주의 경우 장부가액 기준). CEO스코어 제공
국내 상장사들이 올해 들어 9개월 동안 소각한 자기주식(자사주)이 62조 원에 육박해 지난해 한 해 규모의 2.5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최근 3년 사이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591곳을 조사한 결과 올해 1~9월 소각액이 61조 7522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연간 소각액 24조 910억 원보다 156.3%, 2024년 12조 6085억 원보다는 389.8% 늘었다.
아직 소각을 마치지 않은 예정분 59조 401억 원까지 더하면 올해 전체 규모는 120조 7923억 원으로 불어난다. 지난해의 5배 수준이다.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 숫자도 391곳으로 2024년 134곳의 3배 가까이로 늘었다. 1조 원 넘게 소각한 곳은 2024년 1곳, 지난해 8곳이었는데 올해는 10곳이 됐다.
이처럼 소각이 급증한 것은 상장사들이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맞춰 주주환원을 늘린 데다, 올해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은 기업이 새로 사들인 자사주를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했다.
이미 갖고 있던 자사주도 6개월 유예기간을 거친 뒤 1년 안에 없애야 한다. 임직원 보상 등을 이유로 계속 보유하는 것은 주주총회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허용된다. 이 때문에 사놓고 묵혀두기만 하던 자사주를 정리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소각액 1위는 삼성전자로 17조 722억 원어치를 없앴다. 2024년 말 내놓은 자사주 매입 계획에 따라 사들인 물량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530만 주를 한꺼번에 소각해 14조 5503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두 회사의 소각액을 합치면 31조 6225억 원이다. 전체의 51.2%를 반도체 ‘투톱’이 차지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소각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이사회에서 올해 주주환원 규모를 최대 110조 원으로 제시하고, 남은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내년 1월 이사회에서 정하기로 했다. 증권가는 2024~2026년 주주환원 정책에서 남은 재원을 감안하면 최대 40조 원어치가 추가로 소각될 수 있다고 본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발표한 2025~2027년 주주환원 정책에서 재무 목표를 달성하면 환원을 더 늘리기로 했다. 지난 8월에는 약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새로 사들여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법 개정을 앞두고 쌓아둔 자사주를 서둘러 털어낸 곳도 많았다. KB금융은 보유 자사주 약 1426만 주를 앞당겨 소각하기로 하면서 4조 129억 원으로 3위에 올랐다. KT&G는 2월 330만 주, 4월 남은 1086만 6198주를 차례로 없애 2조 4586억 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삼성물산(1조 9798억 원), 셀트리온(1조 8646억 원), 신한지주(1조 6070억 원), 미래에셋증권(1조 4944억 원), 네이버(1조 954억 원), 미래에셋생명(1조 246억 원)도 1조 원을 넘겼다. 셀트리온은 예외로 남겨둘 수 있는 임직원 스톡옵션용 300만 주까지 소각 대상에 넣었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