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피해 지분 쌓는 행동주의펀드…“파생상품 구멍 메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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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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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오성근 교수 연구…TRS 계약은 보고 안 해
미·일은 파생계약 공시…보고 기준 3%로 낮춰야

헤지펀드나 행동주의펀드가 파생상품 뒤에 지분을 숨겨도 지금의 공시제도로는 걸러낼 수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제주대 오성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보유지분변동 공시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14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은 상장사 주식을 5% 넘게 가진 투자자에게 보유 목적과 지분을 금융당국과 거래소에 보고하도록 한다. 이른바 ‘5%룰’이다.

하지만 총수익스와프(TRS)처럼 주식 대신 현금으로 손익을 주고받는 파생상품은 보고 대상이 아니다. TRS 계약을 맺으면 펀드는 주가 차익과 배당을 챙기지만 주주명부에는 계약을 중개한 은행·증권사 이름이 오른다.

펀드가 여러 금융회사와 계약을 쪼개 맺으면 공시 없이 지분을 쌓았다가 한꺼번에 주식으로 넘겨받아 하루아침에 대주주로 나설 수 있다.

일반주주는 이런 ‘숨은 지분’을 뒤늦게야 알게 된다. 보고서는 국내에서도 이런 일이 ‘공공연한 비밀’일 만큼 잦지만 감독당국이 적발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짚었다.

미국과 일본은 경영권 분쟁에서 파생상품이 실제 지배력을 감추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보고 상장사 주식과 연계된 파생상품 계약을 공시하게 하는 식으로 감시를 강화했다.

한경협은 국내에서는 반대로 기관투자자의 공시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며, 그에 앞서 이런 사각지대부터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펀드끼리 손잡는 경우도 허점으로 꼽혔다. 국내에서는 명시적으로 합의한 사실이 없으면 공동보유자로 묶이지 않는다. 미국은 잦은 소통이나 비슷한 시기의 매집, 같은 주주제안 같은 정황만 있어도 지분을 합친다. 일본과 독일도 묵시적 합의까지 합산 대상으로 본다.

보고서는 지분이 잘게 흩어진 지금은 3%만 가져도 사실상 대량보유자라며 보고 기준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과 독일은 이미 3%가 기준이다.

오 교수는 “지분공시는 주주활동의 걸림돌이 아니라, 증시에서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을 조기에 걸러내는 경보 장치로 재설계해야 한다”면서 “특히, 다양한 금융상품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으므로, 파생상품을 통한 지분 은닉과 공시 사각지대를 메우는 입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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