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7개월, 기업 40% 노동위 판정 불신

  • 가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경총, 62개사 인식조사…지침 부합 응답은 27.4%
안전점검이 사용자성 근거로…”기준 명확화” 요구

서울 마포구 대흥동 경총회관 모습.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대흥동 경총회관 모습. 연합뉴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인지를 가린 노동위원회 판정을 두고, 기업 10곳 중 4곳은 법과 정부 지침에 어긋난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원하청 사건으로 노동위 판정을 받은 기업 62곳을 상대로 지난달 7~18일 설문한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이 가운데 25곳(40.3%)이 노동위의 원청 사용자성 판정이 법률과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맞게 이뤄진다는 응답은 27.4%에 머물렀다.

판정이 지침에 어긋난다고 본 기업들은 그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정한 의무를 지킨 것을 사용자성 근거로 삼는 점을 가장 많이(52.0%·복수응답) 꼽았다. 원청이 법에 따라 벌인 작업장 순회점검, 합동 안전·보건점검이 거꾸로 원청을 사용자로 보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노동위가 근로조건으로 보기 어려운 사항까지 원청 책임으로 인정한다는 응답도 48.0%였다.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경우 ‘그 범위에서’만 사용자로 보는데, 노동위가 이 범위를 넓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노동위는 원청을 사용자로 보는 판정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노동부가 지난 6월 낸 법 시행 100일 집계를 보면 노동위 판단이 끝난 원청 사업장 113곳 중 103곳(91.2%)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기업들은 판정 이후 교섭 현장의 부담도 걱정했다. 하청노조와 교섭할 때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는 하청노조가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의제까지 요구하는 것(66.1%)이 첫손에 꼽혔다. 경총은 산업안전 의제에만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됐는데도 임금·성과급·노조활동 보장까지 요구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보완 입법 과제로는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답이 67.7%로 가장 많았다. 지금은 노동부 해석지침이 원청의 ‘구조적 통제’ 여부 같은 큰 틀의 판단 요소만 담고 있다.

경총 이동근 상근부회장은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 판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산업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완입법과 함께 원청 사용자성 여부를 법률 규정과 행정지침에 따라 공정하고 엄격하게 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투자·사업재편 같은 고도의 경영상 결정을 노동쟁의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응답도 54.8%에 달했다. 경총은 노동부가 시행지침에서 사업경영상 결정은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공장 신설 등에 따른 배치전환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